40회에 걸쳐 <마가복음 명상>을 연재합니다. <마가복음>은 예수의 행적을 기록한 복음서 중 가장 오래된 복음서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순절 기간에 명상을 시작합니다.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마가복음>은 예수 사후 바울(혹은 베드로)와 더불어 전도여행을 다니고, 말년에는 이집트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순교당한 ‘마가’가 저술한 복음서입니다. 복음서란 예수의 생애와 죽음과 부활을 기록한 신앙고백서이지요. 이 복음서는 그리스도(또는 메시아)라 불리는 예수가 죽은 지 40여년이 지난 기원 후 70년경에 기록되었는데, 거기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기원 후 70년은 로마제국에 의해 이스라엘의 성지인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면서, 이스라엘이 실제적으로 멸망한 해였습니다. 그 후로부터 2차대전이 끝나고 옛 이스라엘 땅이었던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스라엘이 건국되기까지 이스라엘 민족(유대인)은 한마디로 나라를 잃고 떠돌아다니는 민족(디아스포라)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의 멸망은 유대인들에게 커다란 좌절과 분열을 낳았고, 민족적 자부심과 정체성이 상실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한 때에 이스라엘 민족의 각성을 촉구하고, 이스라엘 민족과 함께 고난의 길을 걸었던 예수의 이야기는 좌절한 민족에게 커다란 희망이 되었지요. 특히 예수를 메시아(구원자)로 고백하는 기독교인들에게는 그야말로 복된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흩어져버린 민족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예수를 따르는 무리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준 책이 바로 마가복음이지요.
마가복음을 다른 복음서들(마태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과 비교해보면, 마가복음은 길이가 가장 짧고, 예수의 공생애(예수가 종교지도자로 활동했던 직접적 시기)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예수의 출생지인 갈릴리의 전승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복음서들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복음이었기에 다른 복음서들이 이 마가복음에 기초해서 자신의 복음서를 저술할 수 있었습니다.
<마가복음>의 저자 마가는 예루살렘의 부유한 레위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유대식 이름은 ‘요한’이었지만, 로마식 이름인 ‘마가’라는 이름이 더 유명하지요.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편모 슬하에서 성장하면서 예수와 동시대에 성장하게 됩니다. 당시에 예수의 제자였던 베드로에 의해 예수를 따르는 무리에 섞입니다. 하지만 예수가 체포되고 처형되자 무서워 도망을 치기도 하지요. 예수가 죽은 후 예수의 부활을 믿는 기독교인들과 합세하여 전도여행을 다니기도 했지요. 아직은 젊은 나이라 힘든 전도여행을 끝까지 다하지 못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기도 하지만, 다시금 용기를 내어 후에는 가장 열정적인 전도자가 됩니다. 말년에는 알렉산드리아 교회를 세우고, 이집트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순교를 당했는데, 지금도 알렉산드리아에는 마가를 기념하는 마가성당이 세워져 있지요.
<마가복음>은 전세계 종교인들뿐만 아니라 교양인들이 가장 많이 읽고 탐구하는 대표적인 종교서적입니다. 우리도 이 책을 읽고 써보면서 기독교 사상의 원형에 접근하고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일러두기
1. 본문 내용은 가톨릭과 개신교가 함께 번역한 <공동번역 성서>를 따릅니다. 이는 종교 간의 화합과 연대의 정신을 따르기 위해서입니다.
2. 영역은 CEV(Contemporary English Version)를 따릅니다.
3. 장절 표시는 (A:B)로 합니다. 이는 A장 B절이라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