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단상 22 : 진리

#진리

by 김경윤
시공을 초월한 진리를 탐구하는 것보다는 역사 사회적 맥락 속에서 도출되는 일리(一理)를 탐구하는 것이, 구체적 삶을 살아가는 데 더 큰 도움이 된다.


신화는 우주만물의 모든 원리를 신의 개입으로 설명한다. 고대철학은 이를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려고 노력하였다. 과학자들은 자연의 4가지 힘인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과 약한 핵력을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려는 통일장이론을 탐구하였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은 아직 미완성이다. 다시 말해 세상사를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려고 인류는 부단히 노력했으나 ‘만물의 이론(TOE, Theory of Everything)’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진리탐구는 철학의 변함없는 과제이다. 그러나 “이것이 진리(眞理)다”라고 말하는 순간 온갖 무리(無理)가 뒤따르게 된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원리를 도출하려면, 시공간의 역사성과 사회성을 제거해야만 한다. 항상 변화하는 세상을 변하지 않는 원리로 설명하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노자는 이를 “도를 도라 말하면, 그것은 영원한 도가 아니다.(道可道 非常道)”라고 말한 바 있다.

보편주의(普遍主義, universalism)이나 일반화(一般化) 역시 하나[uni, 一]로 다양성을 제거하려 한다는 점에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보편적 인간이나 일반적 인간은 상상 속에만 존재할 뿐 현실에서는 모두 개별적, 사회적 인간으로 존재할 뿐이다. “흑인은 흑인이다. 특정한 관계 속에서만 그는 노예가 된다.”라는 마르크스의 말은 흑인 일반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 노예가 된 구체적인 흑인에 주목하라는 말일 게다.

시공을 초월한 진리를 탐구하는 것보다는 역사 사회적 맥락 속에서 도출되는 일리(一理)를 탐구하는 것이, 구체적 삶을 살아가는 데 더 큰 도움이 된다.


*眞理, 一理, 無理라는 용어는 철학자 김영민에게서 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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