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노자 15 : 보이지 않는 길을 가는 사람

15장. 보이지 않는 길을 가는 사람

by 김경윤

뻔히 보이는 길을 마다하고

보이지 않는 길을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사람을 알 수 있을까요?

행여 가는 길 위험할까봐 조심조심

행여 사람들 다칠까봐 머뭇머뭇

행여 잘못 말할까봐 우물쭈물

행여 큰 소리 날까봐 살금살금

어두운 길 걷는 것처럼 한 발 한 발


모든 일을 처음처럼

모든 배움을 어린이처럼

모든 가르침을 학생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


칠흑 같은 밤 속에서 여명을 맞는 사람

흙탕물 가라앉혀 맑히는 사람

멈춘 것 같지만 멈추지 않는 사람

멈추지 않기에 항상 시작하는 사람

항상 시작하기에 끝이 없는 사람

끝이 없기에 항상 새로운 사람


현대철학자 들뢰즈는 그의 저서 『천 개의 고원』에서 ‘배치’와 ‘탈주’와 ‘되기’라는 개념을 통해 이러한 길을 걸어가는 사람에 대해 철학적으로 탐구한 바 있습니다. 간략히 이 개념을 설명해보면, 우선 ‘배치’는 우리가 세상과 맺고 있는 다양한 관계들입니다. 학교로 말하자면 교실-교사(교탁)-학생(책상)-교재(책) 등의 (기계적) 배치가 있겠네요. 그리고 그 배치들이 자연스럽게 작동되기 위해서 교칙이나 규율(언표적 배치) 등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게 잘 작동되면 문제를 발견할 수 없지만, 그 배치가 작동을 멈추거나 오작동이 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그때 우리는 ‘탈주’를 시도합니다. 기존의 배치와는 다른 배치를 형성하기 위해 차이나는 말과 행동을 시도합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지요. 혼동기이죠. 다양한 시도가 실험됩니다. 들뢰즈는 이러한 차이나는 시도를 ‘되기’라 말했습니다. 교사의 학생 되기, 학생의 교사 되기, 거리의 교실 되기, 동영상의 교재 되기 등등 다양한 ‘되기’가 실험됩니다. 이 되기는 차이들을 가로지르는 실천입니다. 그 실천들은 기존의 배치를 바꾸고 새로운 배치를 창조하여, ‘차이나는 클래스’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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