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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Mar 21. 2020

2020 독서노트 : 10대의 글쓰기

김해완, <다른 십대의 탄생>(북드라망, 2019)

“내 자발적 힘으로는 어려운 철학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글 쓰는 작업은 언제나 괴롭기만 했고 철학책을 읽는 것은 다 큰 어른들이나 하는 공부인 줄로만 알았다. 이토록 게으른 내가 지금 이렇게 ‘철학공부’를 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선생님 덕분이다. 철학공부는 싫었지만 선생님은 좋았다. 그런데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선생님을 만날 구실이 사라질 테고, 결국 글을 쓰는 것만이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공부를 하는 수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선생님은 나의 배움의 과정에 일절 참여하지 않으셨다. 선생님은 나와 책이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도록 늘 한 발짝 떨어진 곳에 서 계셨다. 그러나 내가 책과의 관계를 멀리하려 하는 순간, 선생님은 죽비로 머리를 후려치듯 매섭게 일갈하셨다. 그러면 나는 다시금 울상을 지으며 책을 손에 잡곤 했다.”(156~157)     

                                             

고등학교 대신 대안학교를 선택했으나 그나마도 도중에 때려치고 중졸백수가 된 17세 소녀 김해완이 고전평론가 고미숙을 스승으로 만나, 스스로 공부하고 자립하게 되는 8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바로 이 《다른 십대의 탄생》(북드라망, 2019개정판)이다. 김해완은 2011년 학교에서 나와서 ‘감이당&남산강학원’에서 4년간 공동체 생활을 하고, 2014년에는 움직이며 비전을 찾자는 프로젝트인 MVQ의 첫실험자(?)로 뉴욕으로 건너가 2년간 생활하고, 2017년에는 쿠바로 건너가 의학을 공부하며 자립을 아직도 모색하고 있다.

그 와중에 이 소녀는 4권의 책을 출간하며 청년이 되었다. 그 첫 번째 책이 《다른 십대의 탄생》(2011년 초판)이고, 2013년에는 《리좀, 나의 삶 나의 글-한 청년백수의 사용법》(2013.12)을 출간했으며, 2015년에는 《돈키호테-책을 모험하는 책》을 냈고, 2018년에는 뉴욕생활을 정리한 《뉴욕과 지성》(2108.4)을 모두 북드라망에서 냈다. 가히, 읽고, 정리하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노마드’의 삶이자, 글로 벌어먹고(?) 사는 ‘글로벌’ 인생이다.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한 청소년이 괜찮은 스승과 공부공동체를 만나 얼마나 멋지게 성장하고 있는지 이 책들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책의 수준도 높아, 보통 작가들을 능가하는 내용을 멋지게 소화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었다. 그냥 쓰는 것이 아니라 살며, 물으며, 견디며, 소화하며, 녹여낸 글들임을 행마다 경험할 수 있다.

김해완의 다른 책들도 물론 좋지만, 그 출발점으로 《다른 십대의 탄생》은 강력히 추천한다. 중졸백수의 심정과 성장기, 그의 공부와 독서기록을 보면, 고전과 공동체가 주는 힘이 참으로 크다는 걸 절감한다. 논어 첫장에 나오는 공부의 즐거움, 친구와 스승의 즐거움의 현대적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즐거움을 맛보고 싶으시면 읽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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