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를 달린다 11 : 두 얼굴의 엘리사

열왕기 하

by 김경윤
여리고 성읍 사람들이 엘리사에게 말하였다. "보십시오, 선생님께서도 보시는 바와 같이, 이 성읍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는 좋지만, 물이 좋지 않아서, 이 땅에서는 사람들이 아이를 유산합니다." 그러자 그는 새 대접에 소금을 조금 담아 가지고 오라고 하였다. 그들이 그것을 가져 오니, 엘리사는 물의 근원이 있는 곳으로 가서, 소금을 그 곳에 뿌리며 말하였다.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이 물을 맑게 고쳐 놓았으니, 다시는 이 곳에서 사람들이 물 때문에 죽거나 유산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 곳의 물은, 엘리사가 말한 대로, 그 때부터 맑아져서 오늘에 이르렀다. 엘리사가 그 곳을 떠나 베델로 올라갔다. 그가 베델로 올라가는 길에, 어린 아이들이 성읍에서 나와 그를 보고 "대머리야, 꺼져라. 대머리야, 꺼져라" 하고 놀려 댔다. 엘리사는 돌아서서 그들을 보고, 주님의 이름으로 저주하였다. 그러자 곧 두 마리의 곰이 숲에서 나와서, 마흔두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찢어 죽였다. (2:19~24)

1.

위 본문은 예언자 엘리야가 하늘로 승천하고 그의 뒤를 이은 엘리사의 첫 기적과 저주를 기록한 것이다. 아이들이 유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적을 베푼 것도 엘리사였고, 자신을 대머리라 놀리는 어린이들을 저주하여 죽게 한 것도 엘리사였다. 누가 진짜 엘리사인가? 둘 다다.

엘리사의 모순된 행적을 성서는 담담히 기록할 뿐이다. 무엇을 위함인가? 고작 대머리라고 놀림을 당한 것이 어린이들을 참혹하게 죽일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말인가? 이후 유대인에게는 엘리사의 저주가 뇌리 깊숙이 박힌다. 그의 원수들에게 저주를 내릴 때, 엘리사의 저주를 언급한다. 위대한 철학자 스피노자를 파문할 때에도 엘리사의 저주가 등장한다.

“천사들의 심판과 성자들의 판결에 따라 우리는 6백 13조의 계율이 기록된 성스러운 책 앞에서 교단 전원의 동의를 얻어, 엘리사가 어린애들을 저주한 주문과 율법서에 적혀 있는 모든 저주로써 바루흐 데 에스피노자를 파문하고 저주하고 추방한다.(……)”

참담한 저주의 역사다. 이럴 때에는 성서를 읽는 것이 부끄럽다.


2.

<열왕기 하>는 북왕국 이스라엘이 주전 722년에 앗수르에게 멸망할 때까지의 남북 왕조의 역사를 다루는 전반부 1-17장과 그 이후 주전 586년 남왕국 유다까지도 바벨론 왕에 멸망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후반부 18-25장으로 크게 나뉘어진다. 또한 이사야에서 말라기까지 이르는 대부분의 주요 선지서의 시대적 배경을 이루고 있다.


3.

아래 그림은 엘리사의 저주를 담은 삽화이다.


열왕기하.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노자의 작가론 36 : 당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