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작가론 36 : 당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by 김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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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은 혼자 쓴다는 점에서 독백 같지만 사실 대화에 가깝습니다. 가장 비밀스런 일기조차도 자신과 나누는 대화입니다. 대화란 말을 이렇게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대화의 속성상 적어도 너와 내가 있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글쓰기는 나의 말을 너에게 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너의 말을 내가 귀기울이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글을 쓰면서 글을 읽고 있는 상대방(가상의 특정한 독자)의 표정을 잘 살펴보세요. 더 정확히 말하면 잘 상상해보세요. ‘너’에 해당하는 가상의 독자는 나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지만, 고분고분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내가 아무 말이나 한다고 박수치는 사람은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때로는 나에게 딴지를 걸기도 합니다. 이유를 따져 묻기도 할 겁니다. 조금은 까칠한 사람일 수도 있고, 나와 반대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글을 쓰면 너는 어떻게 생각할까? 너는 무슨 말을 나에게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글을 써보는 것입니다.


평소에도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같은 편(?) 이야기를 들으면 편하겠지만, 자신의 틀을 강화하는 확증편향에 빠지는 것만큼 작가에게 위험한 것은 없습니다. 자신이 잘 알고 좋아하는 이야기만 듣는 것은 남는 거를 더 보태는 꼴입니다. 그보다는 자신에게 모자라는 것을 채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쪽을 살피십시오. 세상에는 하나의 생각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낯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독창이 아니라 이중창 혹은 합창을 불러보세요. 자신의 목소리를 줄이고, 상대방의 목소리에 맞춰서 소리를 조율해보세요. 그 하모니를 만끽해보세요.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어요. 같이 살아가는 것이 세상이라면 여러 목소리를, 여러 생각을 듣고 느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겠지요.


당싱의 눈빛을 보여주세요.

당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당신의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조금만 더 가까이 와주세요.

마음의 창을 열고 당신을 기다릴게요.

어서 오세요. 그리운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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