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작가론 61 : 물 흐르듯 쓰십시오

작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노자 <도덕경>

by 김경윤
원고지 노자명상 1061.jpg

좋은 글은 막힘이 없습니다. 자연스럽습니다. 글이 길어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밋밋하다는 말이 아닙니다. 작은 물줄기는 고요히 흐르고, 장애물이 많은 계곡이나 골짜기는 격류로 흐르고, 큰 강물은 유장히 흐르고, 바다에 이르면 파도로 일렁입니다. 각기 다른 모양이지만 끊이지 않습니다. 자연과 생명이 막힘없이 순환하듯, 좋은 글은 살아있습니다.


몸 속의 흐름으로 치자면 동맥과 정맥을 통해 흐르는 피순환과 같다고 볼 수 있겠네요. 심장에서 나와서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관 속에는 대동맥과 대정맥뿐만 아니라 실핏줄 같은 모세혈관도 있습니다. 어느 혈관이 중요할까요? 무엇보다 막힌 혈관이 중요합니다. 그 어느 한 곳이라도 막히면 피가 돌지 않아 병에 걸리게 됩니다. 막힌 곳이, 아픈 곳이 가장 중요합니다.


따라서 글을 쓸 때에는 큰 그림과 흐름을 생각하면서 글을 써야 합니다. 대충 시작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대충 시작해서 잘 됐다면 그것은 요행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충 시작’이 버릇이 되면 안 됩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그때의 ‘시작’은 큰 그림이나 흐름을 고려하지 않는 시작이 아니라, 오랫동안 숙고하고 준비된 시작이라고 해석합니다. 이미 ‘반’에 도달한 시작인 거지요.


물 흐르듯이 글을 쓰라는 말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정신분석학 용어이자 문학용어인 ‘의식의 흐름’은 “인간의 정신 속에 끊임없이 변하고 이어지는 주관적인 생각과 감각, 특히 주석 없이 설명해 나가는 문학적 기법”입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유연상’에 가까운 글쓰기입니다. 맥락도 없고 계통도 없는 무의식적 흐름에 맡기는 글쓰기이지요. 그 사람의 심리를 파악할 때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독자들이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글쓰기는 아닙니다.


‘생각나는 대로 쓰면 되지 뭐’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초보자들이 글을 쓸 때는 ‘자유연상’에 따라 자유롭게 글을 씁니다. 그렇게 다 다 써놓고 읽어보면 문장은 많은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목적지 불명, 주소 불명의 글쓰기가 됩니다. 하고 있는 말은 많은데,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게 됩니다. 물 흐르듯이 글을 쓰라는 말은 가는 곳이 어딘지 알고 쓰라는 말입니다. 시냇물이 강을 거쳐 바다에 이르듯이, 글의 경유지와 목적지가 분명히 연결되는, 연결지점이 막히지 않는 글쓰기가 좋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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