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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오늘 1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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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Mar 27. 2023

오늘 14 : 참새쇼

2023.3.27

희망_도종환 

         

그대 때문에 사는데

그대를 떠나라 한다     


별이 별에게 속삭이는 소리로

내게 오는 그대를

꽃이 꽃에 닿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대를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고

사람들은 내게 이른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돌아섰듯이

알맞은 시기에 그대를 떠나라 한다 

    

그대가 있어서

소리없는 기쁨이 어둠속 촛불들처럼

수십개의 눈을 뜨고 손 흔드는데     


차디찬 겨울 감옥 마룻장 같은 세상에

오랫동안 그곳을 지켜온

한장의 얇은 모포 같은 그대가 있어서

아직도 그대에게 쓰는 편지 멈추지 않는데

     

아직도 내가 그대 곁을 맴도는 것은

세상을 너무 모르기 때문이라 한다

사람 사는 동네와 그 두터운 벽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 한다     


모든 아궁이가 스스로 불씨를 꺼버린 방에 앉아

재마저 식은 질화로를 끌어안고

따뜻한 온돌을 추억하는 일이라 한다     


매일 만난다 해도 다 못 만나는 그대를

생애 오직 한번만 만나도 다 만나는 그대를




내가 운영하는 인문학놀이터 '참새방앗간'에서는 참새쇼 프로그램으로 <한 달에 한 번 문학의 밤>을 개최한다. 참석하고픈 사람은 누구나 직접 참여하여 행사의 주인공이 되는 프로그램으로, 관건은 참석자들의 호응이다. 그래서 매번 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마음상태가 쫄깃쫄깃하다. 혹시나 별로 참여하지 못해, 행사가 초라하지 않을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3월달 행사는 <시낭송의 밤>이었는데, 10명이 넘게 참여하여 조촐하지만 알차고 즐거운 자리가 되었다. 위의 시는 행사때 이수연 작가가 낭송한 시다. 도종환 시인의 <부드러운 직선>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으로 나도 퍽이나 좋아하여 내 책에 인용한 시이기도 하다. 

4월달에는 <소설낭송의 밤>이다. 벌써부터 4월이 기다려진다.

<참새방앗간 3월호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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