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영구히 지속되는 고통 없는 삶은 더 이상 인간적인 삶은 아닐 것이다. 삶의 부정성을 억압하고 내쫓는 삶은 스스로를 제거한다. 죽음과 고통은 서로 뗄 수 없다. 고통 속에서 죽음이 선취된다. 모든 고통을 제거하려는 자는 죽음 또한 없애야 할 것이다. 그러나 죽음과 고통이 없는 삶은 인간의 삶이 아니라 좀비의 삶이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철폐한다. 인간은 불멸에 도달할 수도 있겠지만, 삶을 그 대가로 치러야 할 것이다.
- 한병철, 《고통 없는 사회》 93쪽 중에서
심장은 강철이라 생각했는데, 나이가 먹고보니 유리에 비유하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언제 부숴질 지 모르는 심장을 끌어안고 사는 것이 때로 고통스럽기도 하다. 많은 수의 알약을 매일 움켜쥐고 입에 털어넣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무런 인생을 아무렇지 않게 살아낸다.
죽음이 두렵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직 남은 삶이 소중하다.해보고 싶은 일은 자꾸 생기고, 가보고 싶은 곳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고 싶은 것 투성이다. 아마도 다 이루지는 못 할 것이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는 거다.
고통이 없다면 사랑도 없을 것이고, 삶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고통을 끌어안고 고통과 함께 아프게, 즐겁게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