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 일기 8 : 어제의 뒷이야기
2023. 7. 12.
1.
우선 궁금해할 소식부터. 어제 9시에 가파도 전역에서 벌어진 정전(停電) 사태는 한 시간 반이 지나서 해결이 되었다. 밖에 나와 있던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들어가셨다. 시원하고 편안한 밤을 맞이하시길 기원하며 나도 불 켜진 집으로!
2.
고양이 실종사태의 전말은 이렇다. 제주도 1박 2일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고양이들이 없어졌다. 깜짝 놀라 마당을 살피다가 거실 문이 살짝 열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혹시나 해서 거실에 들어가 보니, 안방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렸다. 안방을 보니 고양이 6마리가 모두 안방 침대 위, 아래에 떡 하고 자리를 차지하고 나를 쳐다보고 있다. 마치 "왔어? 재밌었어?" 하는 표정으로.
나는 어이가 없어서 그만 소리를 빽 지르고 말았다. 그런데도 고양이들은 꼼짝도 하지 않고. 제 방에 있는 주인 마냥 가만히 있는다. 나는 화가 났다. (원래는 이틀 잘 놀고 왔으니 잘해주려고 했는데, 그 마음은 어느샌가 사라져 버렸다.) 문을 활짝 열고 고양이들을 쫓아내기 시작했다. 큰 고양이들은 쉽게 내보낼 수 있었는데 침대 밑으로 숨어든 새끼 고양이들은 내가 무서운지 더 깊이 숨어들어 나오질 않는다. 고양이들과의 전쟁으로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안방에는 고양이들의 냄새로 진동하고. 나는 냄새로 꼭지가 돌았다.
마치 미친놈처럼 방향 스프레이를 찾아 안방에 대고 한껏 뿌렸다. 지독한 방향제 냄새 때문인지 마지막 고양이까지 안방 밖으로 빠져나갔다. 나는 방문을 모두 닫고 의자에 앉아 씩씩거렸다. 방향제 냄새가 너무 독해 나조차 질식할 것 같았다. (여기서 일단 탈출하자! 이러다가 내가 죽는다.)
끈적끈적한 땀을 없애려면 우선 샤워부터 시원하게 하자. 그리고 냉장고 문을 열어, 맥주 한 캔을 들고 다시 후다닥 마당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안방에서 진동하는 고양이와 방향제 냄새를 없애려고 안방 창문을 활짝 열었다. 화생방 가스냄새가 빠지듯 묘한 냄새가 창문을 통해 빠져나왔다.
마당에 있는 파라솔 탁자에 앉아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자 화기가 서서히 가라앉는다. 마당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이 정신을 차리게 만든다. 주변의 풍경이 고요해지자, 불현듯 고양이들에게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고양이들은 원래 집주인과 니방 내방 가리지 않고 실내 전체를 자기 공간으로 쓰고 있었는데,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손님으로 들어온 낯선 인간이 주인행세를 하며 자신들을 별채로 내쫓았으니 오히려 침입자는 내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까지 도달한다. (내가 잠시 미친 짓을 한 것이다. 저 아이들은 얼마나 놀랐을까.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고양이들의 동태를 살펴보니, 얘네들의 사정이 딱하다. 집에서 쫒겨났고, 밥그릇과 물그릇도 거의 비어있고, 여기저기 똥도 많이 싸질러 놨고. 나는 자세를 한껏 낮추고 고양이에게 다가가 "미안하다"를 연신 외쳤다. 밥을 주며 미안하다, 물을 주며 미안하다, 똥을 치우며 미안하다. 급기야는 고양이가 매우 좋아한다는 간식캔도 큰 것으로 하나 따서 밥그릇에 채워줬다.
고양이들은 배가 고팠는지, 조금 전에 치른 인묘(人猫) 전쟁을 까마득하게 잊은 채 밥그릇에 코를 박고, 오랜만의 진수성찬을 즐기고 있다. 나도 안심이 되어 다시 파라솔 탁자로 돌아가 남은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밥을 다 먹은 고양이 가족이 만족한 듯 모두 마당으로 나와 서로 장난치며 한가한 풍경을 연출한다.
나는 이 가족이 노는 걸 동영상으로 찍으며 화해를 요청한다. 이 가족과 잘 지내려면 뭔가 기준이 필요하다. 나만의 기준이 아니라 고양이들도 동의(?)할 수 있는 기준이.
고양이 집사님들의 조언을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