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 호외 : 이를 어쩐다?
2023. 7. 11. 저녁 9시
자, 이제 홀로 남았다. 저녁부터 제대로 챙겨 먹자. 소분한 돼지고기와 푹 익은 김치를 넣고 찌개를 끓이자. 밥이 없으니 쌀도 깨끗하게 씻어 전기밥솥에 올리자. 급속취사를 누르고, 김치찌개에 멸치액젓을 넣어 간을 맛추자. 보글보글 소리도 경쾌하다. 퓌시쉬식 밥은 뜸으로 넘어갔다. 친구에게 배운 대로 냄비째 올리지 말고 예쁜 그릇에 찌개를 담고, 하얀 쌀밥도 소담하게 푸고, 새로 장만한 김도 뜯고, 오이짱아치도 작은 그릇에 담아 올리자.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밥을 먹었으니 설거지를 깨끗이 하고, 자전거로 섬 한 바퀴를 돌자. 아이고, 땀도 나고 힘드니 사워부터 하자. 깨끗이 씻었으니, 간편하게 옷을 입고 (정확히 말하면 옷을 벗고 빤스바람으로) 탁자에 앉아 컴퓨터를 켜자. 쾌적하게, 에어컨도 살짝 커서 실내를 시원하게 만들자. 이제 준비는 끝났다.
무슨 작업부터 할까, 키보드를 만지작거리는데 불이 깜빡깜빡하더니 전기가 나가버린다. (전기를 너무 많이 썼나? 과부하가 걸렸나?) 두꺼비집부터 찾자.
밖에 나가 핸드폰 램프를 켜고 두꺼비집을 찾고 있는데, 밖이 웅성웅성하다. 작은 불빛들이 거리에 왔다 갔다 한다. 호기심에 나도 골목 밖을 나가보니 온통 어둠이다. 가파도 전체가 전기가 나갔다. (주민들의 말로는 이런 일은 처음이란다.)
오늘 일하기는 글렀다. 그나저나 새로 사서 냉장고를 채운 부식품은 어쩌지? 고민하는데, 내가 문제가 아니다. 여행객 상대로 먹고사는 가파도민들의 대형냉장고도 꺼졌다. 난리가 났다.
이를 어쩌지. 하늘을 쳐다보는데 별들이 유난히 밝다.
밝기로소니,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오늘밤은 유난히 어둡고 길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