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 일기 22 : 마라도 나비효과 2

2023. 7. 24.

by 김경윤

(어제에 이어) 운진항에 홀로 남아 뭘 해야 하나? 우선 가파도 매표소 직원에게 전화하여 전후사정을 이야기했다. 직원은 깔깔깔 웃으면서 나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고 말한다. 뭘까? 나는 근처에 싼 숙소라도 정보를 구할 량으로 전화했는데, 좋은 소식이란 말에 귀가 솔깃해진다.


"제가 지금 3시 20분 배를 타고 운진항으로 갑니다. 저는 내일까지 휴일이라 이번 기회에 제주항 근처에 아버지가 사 둔 집수리 견적을 내야 해서 일박을 해야 하는데, 괜찮으시다면 저와 동행하셨다가 내일 같이 귀가하시지요."


왜 안 하겠는가. 무조건 오케이다. 숙박비도 굳고, 같이 다니며 제주도 구경도 하고 그야말로 일석이조요, 불행이 행운을 데려왔으니 새옹지마다.(좋은 의미로.^^) 운진항에서 배오기만을 기다리는데 35분이 되어 도착했다. 직원은 나를 항해 활짝 웃으며, 무거운 짐은 임시 택배 보관소에 맡기고 홀가분하게 움직이잖다.

그리하여 배낭은 내려놓고 소형 가방만 챙겨 151번 급행 빨간 버스에 올랐다. 목적지는 제주공항에서 조금 떨어진 제주항 시가지, 정확히는 제주여상 근처에 주택지다. 직원 아버지가 낡은 집을 매입하여 직원이 보수공사 견적을 보고, 보수 진행상황을 확인하고자 1박 2일 출장을 온 것인데, 그 자리에 내가 동행한 것이다.

보수할 집에 도착하여 보수전문 용역회사 직원과 집구석구석을 돌며 작업지시를 하는 폼이 매표소 직원 포스가 아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대학 때 관련 학과를 전공한 듯하다.) 신속하게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이 근처에 볼 만한 것이 많다면 주변구경을 잠시 하고 숙소를 정하잖다.


그리하여 돌아본 동네가 거상 김만덕의 얼이 살아 숨 쉰다는 건입동이다. (서울로 치면 명동, 고양시로 치자면 라페스타쯤이 되려나?) 주변에 신식 상가들이 즐비하고 젊은이들이 왕래한다. 새로 지어진 아파트 앞에 해안가 주변으로 버스킹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간식(?)을 먹고 있다.

매표소 직원이 숙소를 시장 근처로 정할지 해안가 근처로 정할지 묻는다. 물어 뭘 해. 당근 해안가지. 직원은 에어비엔비로 숙소를 검색하더니 이호테우 근처에 숙소를 예약한다. 그러면서 이호테우는 해안가 야시장이 유명하다며, 자기도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샤워를 시원하게 하고 밤에 해안가로 나간다. 해안가 상가들이 화려하게 불을 켜고 관광객의 발길을 기다리고, 해안가 모래사장에 나란히 붉은 파라솔이 펼쳐지고 불이 밝혀진다. 근처에 있던 관광객들은 모두 여기로 모인 듯 불야성이다. 한쪽 해변에서는 젊은이들이 복죽을 터뜨리며 놀고 있다. 가파도로 들어가지 못한 우울함은 온데간데없고 이후테우의 흥성거림에 나도 모르게 살짝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모둠 회에 간단히 소주 한 병 마시고 숙소로 돌아왔다. 들어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캔맥주 한 잔을 하니 졸음이 절로 쏟아진다. 오는 하루 정말 너무 많이 걷고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 수고했어. 오늘도. 무척 스릴 있고 재밌었어. 내일 가파도로 잘 돌아가자. 나에게, 고마운 매표소 직윈에게 인사를 하고 침대로 기어들어간다. 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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