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아내는 혼자 아침산책을 했다. 밤샘하고 늦게 들어온 나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고, 매일 바쁜 척하는 나를 포기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이제는 혼자 걷는 것이 편한 나이가 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언제부턴가 나는 아내의 산책에서 제외된 사람이었다.
오늘 아침 아내는 자고 있는 나를 깨워, 자기는 산책을 나간다고 말한다. 평소 같으면 잘 다녀오라고 말했을 텐데, 오늘은 벌떡(?) 일어나 아내의 산책에 동행한다. 가파도에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산책하던 습관이 아직 관성을 유지하고 있는가. 아침 산책 걸음이 가볍다.
동네 동산 같은 산책로를 같이 걷다가, 따로 걷다가, 또 만나 같이 걷는다. 이제 아무 말 안 해도 따로 또 같이가 자연스럽다. 아내가 햇빛에 비친 초록색에 감탄하며 말한다.
"나는 햇빛, 나무, 바람을 좋아해."
아내의 스마트폰 사진첩에는 가족사진을 제외하면 거의 나무, 하늘 사진이다. 아내는 고개를 들어 나무 사이에 비치는 햇빛과 파란 하늘을 좋아한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도 바람을 좋아한다. 에어컨 바람보다는 자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더 좋아한다. 그리고 또? 예전 같으면 책, 사람을 꼽았겠지만, 지금은 선뜻 꼽지 못하겠다. (책과 사람에 지친 건가.) 아, 나는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노래는 한 달이 넘도록 거의 매일 반복해서 듣는다. 노래는 소리 나는 바람 같다.
아, 아내와 나는 꽃도 좋아한다. 예전에는 그냥 예뻐서라고 이유를 댔겠지만, 시간이 흐르니 꽃들은 찬란하고 아련하고 슬프다. 핏자국 같기도 하고 상처 같기도 하고 눈물 같기도 하다. 꽃이 진 자리가 열매자리다. 열매는 슬픔이 낳은 기쁨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