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쓰기 3 : 한국철학

김경윤,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생각의 길, 2012)

by 김경윤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은 그보다 10년 전인 2003년도에 출간한 <한국철학의 이 한 마디>를 수정하여 발행한 책이다. 잡지에 연재를 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만들어진 책. 한국에도 철학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왜 없겠어 하며 자료를 조사하고 책을 읽고 2달 마다 원고 하나씩을 써서 5년 동안 연재한 글을 모은 책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나를 인문학 작가로 만들어준 책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인문학을 소개합니다


중국의 <주역>에는 “인문을 살펴 천하를 변화시킨다(觀乎人文以化成天下)”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주의 이치를 따지는 천문(天文)이 있다면, 인간의 삶과 길을 살피는 인문(人文)이 있었지요. 서양에서는 인문학을 휴머니티스(humanities)라고 합니다. 라틴어 ‘스투티아 후마니타스(studia humanitas)’에서 유래했습니다. 말뜻을 따르자면 인문학은 인간성, 또는 인간다움이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용어만으로도 인문학은 오래된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인문학은 전통적으로 문사철(文史哲), 즉 문학과 예술, 역사와 철학의 영역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특히 분과학문이 전문적으로 생겨나면서 각각의 영역은 전문화의 길로 나아갔지만, 전통적 관점에서 보자면 인간과 관련된 모든 학문을 인문학의 영역으로 보고 이를 통합적으로 공부했지요. 한편 최근에는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 게이츠나 애플사의 스티븐 잡스가 최첨단 정보기기를 만드는 데 인문학적 상상력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고 말함으로써 인문학이 핫이슈가 되었습니다. 이제 인문학은 마치 성공의 아이콘처럼 취급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에서 인문학강좌가 유행하고 있게 되었지요. 그런데 인문학강좌의 면면을 살펴보면, 처세술이나 성공지침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자신을 성찰하고 인간다움을 실현하려는 인문학은 좀처럼 보기 힘들 상황이지요. 게다가 다루는 주제도 서양이나 동양사상에 경도되고 있어, 마치 남의 인문학을 수입해서 공부하는 느낌도 받습니다. 우리 인문학은 없는 걸까요?

이 책에는 우리 역사 속에 등장한 인문학의 대가들 39명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살았던 당대의 모습과 시대적 문제와 대결했던 그들의 사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시대적으로는 삼국시대로부터 해방 전후까지의 인물을 다뤘습니다. 시대적으로 분류할 수도 있지만, 전통적인 구분방법인 문학, 역사, 철학으로 3부를 구성했습니다. 1부 문학에서는 문학에서 경지를 이룬 선인들을 만납니다. 그들의 문학세계를 통해 우리는 시대와 대화하는 문학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2부 역사에서는 역사를 기록한 역사가뿐만 아니라 역사적 전환기에 활동했던 역사적 인물들과 만납니다. 그들을 통해 우리의 고유한 역사관을 만들려는 노력과 위대한 역사를 이루기 위한 노력들을 볼 수 있습니다. 3부 철학에서는 우리 고유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철학적 사고를 개진했던 대철학자들과 대화를 나눠봅니다. 그들이 비판하려했던 사상과 새롭게 정립하려고 했던 철학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물론 이들을 다루면서 이들의 이야기만 실은 것은 아닙니다. 이들과 문제의식을 같이 한 동서양의 인문학자들을 곁들였습니다. 또한 당대의 문제의식을 현재와 연결시키려고 했습니다. 인문학은 고전의 영역을 다루지만, 문제의식은 현재적입니다. <역사란 무엇인가>를 썼던 카가 말했던가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이 책을 쓰면서 끊임없이 염두에 둔 것은 현재의 우리입니다. 현재의 우리와 연관성을 확보할 수 없다면,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은 그저 과시적 교양 쌓기나 지적 허영이 불과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쓴 글들은 기본적으로 격월간지 <삶이 보이는 창>에 연재한 글들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다시 고쳐 쓰고 구성에 맞게 새로 쓴 글도 있습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글 전체를 검토하고, 새롭게 구성하는 데 힘을 보태준 서인찬 팀장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책이 나오도록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고, 항상 말벗을 해준 이상순 대표에게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책을 쓸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가족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겠습니다.

감사가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나무들과, 그 나무들을 키워낸 자연에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재료로 책의 꼴이 갖춰지기까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을 쏟았던 모든 노동자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열거해놓고 보니, 책은 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온 우주가 동원되는 협력사업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책이 모든 생명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2012년 겨울

자유청소년도서관에서

김경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1743966&start=slayer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서문쓰기 2 : 현대서양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