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4 : 장작불

2023. 8. 19.

by 김경윤

우리가 산다는 건 장작불 같은 거야

먼저 불탄 토막은 불씨가 되고

빨리 불붙은 장작은 밑불이 되고

늦게 붙은 놈은 마른 놈 곁에

젖은 놈은 나중에 던져져

마침내 활활 타는 장작불 같은 거야


우리가 산다는 건 장작불 같은 거야

장작 몇 개로는 불꽃을 만들지 못해

여러 놈이 엉켜 붙지 않으면 절대

불꽃을 피우지 못해

몸을 맞대어야 세게 타오르지

마침내 활활 타올라 쇳덩이를 녹이지


-백무산 詩, 백창우 曲, <장작불>



교회 여름수련회 이틀째 되는 날, 양양 바닷가에서 장작을 피워 올리고 젊은 시절 불렀던 노래를 조용히 부르며 하루를 정리한다. 갑자기 청춘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얼마나 더 오래 태워야 밑불은 꺼지지 않고, 젖은 장작은 타오를 수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본다. 파도가 그 따위 생각은 떨쳐버리라고, 이미 충분히 수고했다고 위로한다. 역사는 한 사람이 밀고 가는 것이 아니라고, 거대한 바다는 파도를 보내 우리를 어루만진다. 하루가 다 갔다. 내일은 또 내일의 삶을 살아가면 된다. 됐다. 집으로 돌아가자.

https://youtu.be/uWSmX81aQ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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