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영양 주먹밥
오늘은 잘생긴 남자와 데이트를 하는 날이다.
할머니의 등에 업혀 집을 나서는 이 남자의 다리는 흔들흔들 여유만만이다. 가까운 할머니네 집으로 가면 온전히 자기 세상인걸 아는 것일까? 온 집안을 한 바퀴 돌며 헤집어 놓아도 잔소리하는 엄마도 없고 따라다니며 귀찮게 하는 동생도 없다. 그저 쳐다보고 귀엽다 신기하다만 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만 있을 뿐이다.
꼬투리에서 튕겨진 완두콩처럼 이리저리 튕겨 다니는 이 남자와 테이트 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솔솔 부는 가을바람 속에서도 이마에 땀이 맺힌다. 흙놀이를 실컷 하고는 꽃밭으로 냅다 내달리는 이 남자를 구슬려서 집으로 들어온다. 깨끗하게 씻겨놓으니 쓰러져 잠이 든다.
이 틈에 나는 부엌에서 잘생긴 이 남자의 특별식 만들기에 돌입한다. 냉장고 채소 박스에서 애호박, 당근, 버섯, 생선살을 다지고 볶아서 구운 소금 한 꼬집으로 간하여 밥을 넣고 비빈다. 먹기 쉽고 먹이기도 쉬운 주먹밥을 만든다. 이름하여 채소 영양 주먹밥을 만든다.
칭얼거리며 잠이 깬 이 남자 할머니의 등을 찾아 응석을 부리지만, 손 씻겨 식탁에 앉히자 금방 먹방 자세가 나온다. 애피타이저를 어찌 알았나? 작은 손이 쑥 나와 곁들여 놓은 딸기를 먼저 집어 먹는다. 오물오물 먹는 입은 세상 신기하기만 하다. 곧이어 주먹밥을 한 알 한 알 집어먹으며 물을 달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도 한다.
마른논에 물 들어가는 것과 내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처럼 흐뭇한 게 없다는, 그야말로 전설 같은 옛말을 이 남자의 입을 보고 아하! 이 말이구나 이제야 무릎을 친다.
내 아이를 키울 땐 느끼지 못했던 보석 같은 사랑과 행복을 느낀다.
채소 영양 주먹밥을 맛있게 다 드신 이 남자와는 이제 물놀이를 한다. 온통 물바다가 될 터이지만 할머니는 열심히 물을 퍼 나른다.
아이를 키우는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채소 영양 주먹밥
작은 손이 쑥 나와 애피타이저로 과일 먼저 먹는다.
쪄서 다진 호박, 당근, 버섯, 생선살(조기)에 밥을 넣고 비빈다. 구운 소금 한 꼬집으로 최소한의 간을 하여,
새알만 하게 주먹밥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