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차 우리 집 반려견 '쭉 '이다. 귀엽고 깜찍한 외모에 비해 성격은 순박하다.
사람으로 치면 80이 넘은 나이이다 보니 가끔은 자기도 사람인 줄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하기도 한다.
말 달리듯 달리기를 하며 넓적다리 근육을 자랑하던 젊은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시력도, 관절도 옛날 같지 않아 엎드려 있는 시간이 많아진 쭉이다.
퇴근한 아저씨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얻어먹던 간식도 이제는 엎드린 채 애절한 눈으로 만 찾는다.
가끔은 아저씨만 앉을 수 있는 회전의자에 떠억 자리하기도 한다. 주인아저씨보다 자기가 더 연장 자라는 걸 인지하는 듯하다.
급기야는 이제 사람들이 즐기는 알코올에도 관심을 보인다.
오늘도 어김없이 저녁상에 반주를 즐기는 아저씨의 손길을 따라 눈길이 오가더니 아저씨의 얼굴에 초집중을 한다.
쭉이 눈에선 원망인지 부러움인지 모를 광폭 레이저가 쏟아져 나오고 이상한, 그러나 저 밑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듯한 신음소리를 낸다.
오늘도 시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