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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지붕 Feb 11. 2024

슬기로운 노년일기

명절맞이용 친철모드

어쩌자고 명절은 자꾸 돌아오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장남의 기운이 쨍쨍하게 서려있는 나의 남편은 예전 모습 그대로의 명절을 보내길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 덕분에 분주하고 힘든 것은 나뿐이다.

그러나 어차피 피해 갈 수 없으니 마음을 가다듬고 찬찬히 할 일을 계획하는 수밖에, 명절이 끝나면 뒹글거리며 볼 책을 미리 준비하기도 하고 바느질거리도 준비해 놓고 빨리 명절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명절뒤에 숨겨놓은 나만의 즐거움으로 명절의 노고를 버티고자 한다.






언제부터인지 눈에 띄게 짜증이 늘고 조울을 반복하던 남편이 며칠 전부터는 슬금슬금 나긋나긋해진다. 

왜지? 왤까?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이제 겨우 조울증에 대처할 마음의 자세가 돼가는데 갑자기 훈풍이 불어올까? 의아해하던 나는 그 이유를 알고 말았다. 

명절이 가까와 오니 아내의 심기를 관리하는 차원이 아니겠는가

나이 들수록 섹시해질 수는 없어도 귀여워질 수는 있다더니.... 남편이 딱 그렇다.

음식은 할 줄 모르지만, 설거지와 청소는 특급인 남편이 음식준비가 끝난 부엌을 반짝반짝 닦아놓고 정리를 한다. 나는 뒤돌아서 살짝 미소를 짓는다.

아이고 귀여운 큰 유노(남편별명)님.

저녁엔 막걸리 한잔해야겠어요.






                                                        설날 특선 - 표고버섯 전


번거롭지만, 친절해진 남편이  뒷설거지를 한 덕분에 탄생한 설날 특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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