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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지붕 Jan 20. 2024

슬기로운 노년일기

용돈으로 주식하기

  명예퇴직 한 후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점점 단조로운 일과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기분도 우울한 것 같고 무기력해지고 재미없는 하루가 시작되는 듯하였다.

취미활동과 봉사활동은 시간이 지나면 무의미해지기도 한다.

이를 본 남편이 약간의 용돈을 주워주며 주식을 해보라고 했다. 이렇게 기분전환용으로 시작한 나의 주식 입문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문과출신인 나는 숫자가 나오면 어지럽다. 동그라미가 세 개만 있어도 만인지 천인지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셈에는 아주 꽝이니 처음부터 어김없이 손해가 났고 남편은 그런 나를 괜찮다 달래줬다.

숫자를 가지고 놀았으니 그 값을 하는 거라고, 이렇게 나의 주식은 손절과 손절을 거듭하다 지금은 가끔씩 익절도 나온다. 몇 천 원이든 몇만 원이든 일해서 돈을 번 듯한 뿌듯함이 참 좋다.

  이 나이에 부를 축척하겠다는 허망하고 부질없는 욕심이 아니라, 뭔가를 하고 있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삶의 태도가 생활의 활기가 되고 있다.

  어느 날은 조금의 익절로 비단이의 부츠를 사주고, 유노의 파카도 사준다. 어느 날은 마이너스 20%인 주식을 손절할 것이냐 물타기를 할 것이냐 잠시 갈등의 시간도 있지만, 이 또한 생기가 따른다.

매일 아침이 기다려지고 설렌다. 비록 주식시장이 파란색 물결로 춤을 추어도 그렇다.


지금은 아침이면 주식창을 열어 잠깐 시황을 살펴본 후 글을 쓰는 습관이 일과가 되었다.

경제뉴스에 귀가 쫑긋하고 반짝 두뇌가 움직인다. 내 주식이 오르기라도 하면 기분이 좋다. 반면 떨어지는 주식을 보면 마음이 안 좋지만, 그럴 땐 주식창을 언른 내리고 관심을 끄고 오늘의 할 일에 집중하면 된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꼭 노트북을 사용하며 아침 30분, 폐장 30분 전에만 관리한다. 내가 계획한 투자금이상을 투자하지 않으며 주식이 내려도 올라도 동요되지 않을 만큼만 투자한다.

자신이 세운 원칙을 지키고 너무 매몰되지 않으려는 약간의 의지가 있다면,

노년에도 작은 재테크로 작은 수익을 내며 생활의 활력을 가져볼 수 있다.






요즘은 주식에 관한 책도 읽고 공부도 한다.

읽고 쓰기가 멀리되는 노년의 시간이지만, 신문과 책을 보게 되고 글도 써보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의미한 시간으로 노년을 보낼 순 없다.

노년에 용돈으로 주식하기

슬쩍 놀아보니 참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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