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페미니즘

고립과 다양성, 페미니즘의 모순과 도전

by 최정임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미투 운동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미투 운동은 2017년 미국의 여배우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성폭력과 성차별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운동으로 시작되었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경험을 넘어서, 사회 전반에 만연한 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화와 관심을 환기하는 촉매로 작용하였다.


미투 운동은 사회적으로 침묵 속에 묻혀 있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드높이고, 성적 괴롭힘과 성폭력에 대한 침묵을 깨뜨렸다. 고발과 공유의 과정을 통해 수많은 이들이 공포와 고립에서 벗어나 용기를 얻게 되었으며, 여성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은 사회에 충격을 주면서 동시에 양성평등에 대한 대화를 더욱 절실하게 만들었다.


당시 대학들은 미투 운동과 관련하여 수많은 대자보로 뒤덮였으며, 이성 교수와의 악수조차도 꺼려지는 분위기였다. 교수들은 말을 아끼거나, 혹은 더 큰 목소리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교수와 학생 사이뿐만 아니라, 학생들끼리도 서로 조심하는 문화가 생겨났으며, 동시에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되었다.


'철학과'에 다니던 '여성'인 나에게도 페미니즘은 중대한 문제로 다가왔다. 그러나 한국의 페미니즘은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소위 말하는 ‘탈코르셋’은 나와는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나는 리본과 프릴을 좋아하고, 높은 구두를 신는 학생이었다. 그 당시 유행하던 볼터치를 과하게 바르기도 했다.


당시 페미니즘은 나에게서 화장을 지우고, 꾸미지 말며, 편한 운동화를 신고,
짧은 머리를 하라고 강요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그것이 여성에게 요구하는 여성성의 강요와 무엇이 다른가?


나는 누구보다도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다양한 책들을 통해 공부했다. 하지만 긴 머리를 하고, 치마를 입으며, 화장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사회가 주입한 여성 억압이자 성적 대상화를 반대하지 않는 '여성'이 되어 있었다. 페미니즘은 여성들의 다양한 경험과 선택을 인정하고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때로는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페미니즘 내부에서도 모순적인 갈등이 존재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내준다. 다양성과 자유로움을 강조하면서도, 특정한 이미지를 구현한 여성에게는 성평등에 대한 의식이 없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이러한 갈등은 페미니즘과 개인적인 정체성 간의 미묘하고 복잡한 상관관계를 통해 나타난다. 여성은 하나의 형태가 아니며, 페미니즘은 이러한 다양성을 포용하고 인정하는 측면에서 더욱 발전해야 할 과제가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여성들의 선택과 경험을 존중하며, 다양한 여성성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잘못된 페미니즘은 여성 안에서도 또 다른 여성 차별자를 만들어내며, 그 결과는 오직 고립일 뿐이다.


우리는 다양한 여성의 형태를 존중하고 수용하는 과제를 한층 더 강조해야 한다. 이는 모든 여성이 고유한 정체성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는 사회를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될 때에야 진정한 페미니즘의 이념이 실현되며, 우리는 서로를 향한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진정한 평등을 이룰 수 있다.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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