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정임 Jan 26. 2024

우리 집 고양이가 아프다 #1

수술하기 전 날 간식을 탐하는 하몽이.

건강미 넘치는 우리의 막내 삐용이를 제외하고, 

코하몽이는 한 번씩 크게 아팠다.

  

우선 하몽이는 2017년 3월.

오줌을 싸지 못하고 혈뇨를 봤다.


이곳저곳 병원을 다녀봤지만 방광에 

슬러지가 쌓였다는 말뿐, 

이유를 알 수 없어 약만 처방받았다.


예민 보스 최하몽은 야옹야옹 울며

왜 계속 병원에 가느냐고 화를 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처방받은 약을 잘 먹이고, 

아이의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는 것뿐이었다. 




하루는 차도가 없어 먼저 동네 수의사 선생님께서

강남의 유명한 고양이 전문 병원을 추천해 주셨다.

날짜를 잡아 먼 길을 달려 찾아갔다. 

      

아뿔싸. 아가의 상태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그래도 병원을 꾸준히 다녔기에 큰 문제는 없는 줄 알았다.

잠시 지나가는 지독한 감기 같은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하몽이는 당장 죽을 지경이었고,

"완전 폐색은 남자 고양이들이 보통 잘 걸리는데

여자 고양이가 이런 것은 처음 본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눈물이 줄줄 흘렀다.

      


(완전 폐색은 상대적으로 

요도가 길고 좁은 수고양이에게 쉽게 일어난다.

만일 수고양이가 12시간 이상 소변을 보지 못하고 있다면

즉시 동물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초응급상황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하몽이는 암고양이면서 

꽤 오래 해당 증상이 지속되었기 때문에,

병원에서 일찍 알아차리지 못했던 듯하다.)


의사 선생님은

요도를 통해 카테터를 삽입해서 

구멍을 뚫어야 한다고 했다.


말로만 들어도 무서운 수술을

아무것도 모른 채 두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보는 아이에게 해야 하다니.



하지만, 수술을 해도 실패할 확률이 높으며

그럴 경우 아가는 오래 살지 못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아니, 사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때 할 수 있는 선택은 단 하나뿐이었다.   

   

“네, 바로 수술해 주세요.”      


그렇게 아가는 수술에 들어갔고, 감사하게도 성공적으로 수술은 끝났다.


해당 경험은 나로 하여금 아가들에게 욕심을 부리는 것을 놓게 해 주었다.

그래 건강하고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만 해도 최고지.

말썽을 부려도 좋으니 그릉그릉 골골송만 잘 불러주렴.


그렇게 오늘도 집사는 츄르를 입 안에 짜드린다. 


+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쉬고 돌아봤을 때

통장이 텅장은커녕 사라져 있었다...

반려동물은 가슴으로 낳고 지갑으로 키운다고 하던가.


그 후로 우리는 하몽이를 삼백이로 부른다.

수술비 300만 원에 입원비는 별도다.      



+

 당시  나와 언니는 각각 대학과 직장을 다니고 있던 터라

입원한 하몽이에게 매일 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루를 넘기고 병원에 찾아갔을 때

 하몽이의 피가 역류했다.


수의사 분이 놀라며 말했다.

“어머, 하몽이가 엄마가 와서 흥분해서 피가 역류했나 봐요!”     



후후.. 엄마가 그렇게 좋더나.

이전 03화 고양이와 부비부비 인사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