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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 Feb 02. 2021

저작권의 딜레마

한의원 홍보를 맡겼더니 대행사가 사고를 친 적이 있다. 종합편성 채널의 한 프로그램에서 캡처한 이미지를 가져와 블로그 포스팅을 한 것이다. 사고는 그들이 쳤지만, 고발은 내가 당했다.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경찰서 가서 진술서를 썼더니 황송하게도 기소 의견으로 나를 검찰로 송치하였다.  


검찰에서는 내게 기소유예 조건으로 저작권 위원회 교육을 제안했다. 하루 일정을 잡아 참 교육까지 받고 왔다. 그 후로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은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 


온라인으로 여러 작업물을 올릴 때마다 나도 모르게 자기 검열을 한다. 개인의 창작물을 보호하는 저작권. 다 좋다. 저작권 검열이 강해지면서 창작의 자유가 위축되는 건 나만의 느낌인가?


저작권자의 사후 50년이었던 보호기간이 70년이 되었다. 디즈니를 비롯한 슈퍼 저작권자들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들었다. 이미 많이들 벌지 않으셨나요?


상업적으로 이용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냥 잠깐 예를 들고 싶을 뿐이다. 남의 작품을 조금이라도 인용하려 해도 제약이 많다. 출처 표기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는 게 확실하다. 실제 저작권자가 누군지 찾아 떠나는 여정도 만만치 않고, 그 사람에게 답변을 듣기는 더욱 어렵다.


보도, 인용, 비평, 연구 목적으로는 허락 없이 인용해도 된다고 하던데? 웃기는 소리다. 걸면 걸린다. 중국 속담을 빌리자면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아닌데 문제를 삼으니까 문제가 된다'.


사서 쓰면 된다는데 아주 비싸다. 내가 원하는 이미지는 없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해보는 것이다. 저작권을 행사하지 않을 테니 내가 올린 자료는 마음껏 갖다 써라(물론 원본에 대한 소유권은 나에게 있다). 그 대신 네가 올린 자료도 내가 자유롭게 쓰겠다. 이런 공유 플랫폼을 누가 만들어주면 좋겠다. 아니, 내가 미친 척하고 만들까? 



2021.2.1(월) 늦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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