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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 Feb 04. 2021

눈 내리는 밤

또 눈이 온다. 싸락 싸락 내리는 눈꽃. 하얗게 덮인 눈길을 뽀드득 밟으며 집으로 향한다. 서울에 눈이 쌓인 게 얼마만인가 싶다. 잠깐 기분 낼라치면 녹아 없어지던 눈이 이제는 제법 두텁다. 


백석의 시가 생각난다. 백석 시인은 시에서 과거를 자주 회상하곤 했다. [흰 바람벽이 있어]에서는 '가난한 늙은 어머니', '사랑하는 사람'을 읊는다. [고향]에서는 '고향', '아버지'를 떠올리기도 한다. 


눈을 보니 예전 생각이 물씬 난다. 우리 할머니가 사시던 순천시 쌍암면 신전리. 내 어렸을 적 거기에 눈이 정말 많이 왔었다. 형과 나는 그 두터운 눈을 모아서 우리보다 큰 눈사람을 굴리고, 아이 키만한 성벽을 쌓으면서 놀았다. 


모든 것이 영원할 것 같던 그 시절도 어느덧 강물처럼 흘러가버렸다. 어렸던 내가 커서 '결혼'이라는 걸 하고, '아빠'라는 이름을 갖고, 삶을 위해 '돈'을 번다. 할머니는 우리 곁에 없다. 아버지도 할머니 곁으로 가셨다. 


눈 내리는 밤. 마음 속에도 눈이 내린다. 


2021. 2.3 눈 쌓이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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