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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 Feb 06. 2021

잘 되는 가게, 안 되는 가게

내가 사는 아파트 옆에 마트가 하나 있다. 압도적인 규모는 아니고, 편의점 두세 개 합친 정도의 크기다. 생긴 지는 1년 반 정도 되었다. 처음 오픈했을 때는 365일 24시간 영업을 표방하였다. 내가 자주 가던 근처 편의점 사장님 얼굴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뚜껑을 열었더니 마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운이 쇠하였다. 야심차게 시작했던 심야 영업 시간에는 인건비나 뽑을까 걱정할 만큼 손님이 드물었다. 점점 물건 가짓수도 줄었다. 진열장이 점점 휑해지면서 손님 발걸음도 뜸해졌다. 어느 날 문이 굳게 닫혔다. 


그리고 1,2주 후 다시 문이 열렸다. 아마 가게 주인이 바뀐 모양이다. 개업 초반에는 다소 활기찼다. 물건도 잔뜩 갖다놓고 호객 행위도 했다. 이도 잠시, 몇 개월 지나면서 다시 문이 닫혔다. 


이러기를 서너차례. 저기는 누가 들어와도 장사가 안 될 곳인가보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두세 달 전부터 간판을 바꿔달고 누군가 새로 영업을 시작했다. 


간판 이름은 바꿨으나, 내부 인테리어와 진열장 배치는 대동소이. 그런데 묘하게 다르다. 훈기가 돈다고 해야 하나. 지난 1년동안 4,5번 갔는데, 최근 한 달 사이에 그만큼 마트를 방문했다. 요리에 쓸 부추를 샀다. 신선했다. 다음에는 막걸리를 샀다. 그 다음에는 아이들과 먹을 귤을 샀다. 점점 발걸음이 잦아졌다. 


자영업자의 한 명으로서 이런 현상을 볼 때마다 깨닫는 바가 있다. 똑같은 위치, 똑같은 업종, 똑같은 홍보, 똑같은 물건이라도 어떤 사람이 이끄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천양지차다.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라는 말이 있다. 때와 장소, 그리고 사람.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지만, 마무리는 사람이 지어야 한다. 


나에게 묻는다. 나는 자리를 살리는 사람인가? 죽이는 사람인가? 


2021. 2.5(금) 야심한 시간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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