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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 Feb 12. 2021

매생이 굴국밥

아침 해를 맞으며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24시간 국밥집. 메뉴를 보다가 '매생이 굴국밥'을 주문하였다. 고향인 순천에서는 가끔 먹었으나 서울에서는 오랜만이다. 


원래 매생이 국밥은 장모님이 밉살맞은 사위를 곯려주려 대접한다는 음식이다. 아무리 뜨거워도 표가 나지 않는 매생이를 입안 가득 넣었다가는 금세 입천장이 데이고 만다.


서울에서는 평소 먹지도 않던 이 국밥을 나도 모르게 주문해버렸다. 고향에서는 자주 먹었기에 그 추억을 되새김질하고 싶었나 보다. 국밥을 한 숟갈 뜨니 옛 기억이 스치운다. 


우리 집 뒤편에는 굴국밥 전문점이 있었다. 서울에서 일하다가 가끔 순천에 내려올 때면 부모님은 나를 데리고 그 집에 가셨다. 매번 시키는 음식은 그냥 굴국밥 또는 매생이 굴국밥. 처음에는 뜨거워서 불편한 음식이었는데 나중에는 그 짭조름한 맛이 좋아서 내가 먼저 찾았다.  


어느덧 그 음식점은 문을 닫았고, 고향집은 어머니 혼자 지킨다. 나이를 조금 먹어서인지 음식은 추억을 일으키고, 추억에 눈물이 약간 맺혔다. 매생이 굴국밥을 다 같이 먹던 그 시절. 이제는 지나가버린 시간.


2021. 2. 11(목) 늦은 밤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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