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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 Jun 13. 2018

굴하지 말고 달려라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액션 로드 무비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책을 어떻게 선택하나요? 친구 또는 선배의 추천을 받거나, 권위 있는 단체의 도서목록을 기웃거릴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서점을 거닐다가 무심코 집어 든 책이 마음에 쏙 들 수도 있지요. 이따금 책이 책을 이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몇 달 전 독서모임 '책을 읽는 사람들'에서 신상목 작가의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를 다 같이 읽었습니다. '일본은 있다'라는 전제를 깔고 출발하는 책입니다. 역사적, 민족적 감정을 배제하고 일본을 냉정하게 바라보면서 그들이 어떤 역사를 거쳐왔길래 지금의 선진국(서구 열강의 침탈을 당하지 않고 근대화에 유일하게 성공한 아시아 국가, 미국과 맞짱을 뜰 정도의 강대국)이 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들의 저력과 역사적 배경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는데, 그 원동력 중 하나가 '참근교대제'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에도 시대 막부에서 번주들의 세력을 약화시키고자 일부러 '뺑뺑이' 돌렸던 참근 교대제. 1년에 한 번씩 영지와 에도를 오가며 엄청난 인력과 경비를 쓰게 만드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세금 징수권을 지방 자치로 했던 만큼 재력이 쌓이지 않도록 했던 겁니다. 그 과정에서 정책 입안자도 의도치 않았던 효과가 있었으니. 바로 사람과 물자가 빈번하게 왕래하면서 교통과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했다는 것입니다.


근대시대에 필요한 기틀을 이미 에도시대부터 갖추게 되었던 게 향후 일본이 세계 경제대국으로 나아가게 된 밑거름이라는 게 역사가들의 중론입니다. 


소설 <굴하지 말고 달려라>는 위에서 언급한 참근교대제를 소재로 한 소설입니다. 이미 '참근교대제'에 대해 깊은 인상을 가지게 된 저로서는 관심이 폭발했습니다. 편집자도 눈치가 보통이 아닌지라 나와 같은 사람들을 낚기 위한 장치를 곳곳에 만들어 놓았죠. 이미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를 인용했고, 급기야 신상목 작가의 도움말도 부록으로 실어놨습니다. 그리고 저는 거기에 걸려들었죠. 


소설은 참근교대제의 역사적 의미나 중요성을 언급하지는 않습니다. 참근교대제를 핑계로 번주를 못 살게 구는 막부 고위 관리의 만행을 그릴뿐입니다. 


별 볼 일 없는 자그마한 유나가야 번과 거기에서 서민들과 허물없이 어울려 사는 번주 '마사아쓰'. 어느 날 에도에서 급한 전갈이 하나 날아옵니다. 닷새 안에 에도로 다시 참근교대를 하라는 것. 돈도 없고 사람도 없는 그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 하지만 제 때 에도로 가지 않으면 번주는 할복해야 하고 영지는 빼앗기게 되죠. 그때부터 짠내 나는 로드무비가 펼쳐집니다. 더불어 역사 속 참근교대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은 덤입니다. 


책 내용을 굳이 더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일독을 시작한 계기가 '참근교대제'였고 그 과정을 살펴본 데 이미 만족했거든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부분에 유념하고 읽으면 좀 더 깊은 독서가 될 수 있다는 조언만 드리고자 합니다. 


덧붙여 한 가지 더 생각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조선과 다르게 봉건제였던 일본의 시스템이 가졌던 저력은 무엇이었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라는 책을 보면 유럽이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데는 권력의 분산과 문화의 개방성이 핵심이었다고 합니다. 교황과 황제 사이의 끊임없는 견제, 수많은 제후국과 도시국가들로 분산된 권력 등이 끊임없는 혁신과 사상의 출현을 낳았다는 것입니다. 그와 대비해서 일찌감치 중앙집권화를 이룬 중국은 역동성을 상실하면서 근대화에서는 유럽에게 뒤쳐지게 됩니다.  


그와 같은 논점에서 봤을 때, 일본 또한 다이묘의 자치권(세금 징수권으로 대별되는)을 인정한 제도가 국력의 신장을 만들어 내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메이지 유신의 주역이었던 세력도 결국은 에도에서 가장 멀리 있던 번들이 주축이 되었거든요. 


뒷배경을 가지고 책을 본다면 이리저리 생각해볼 계기가 될 겁니다. 다들 굴하지 말고 읽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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