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구니

소중함

by 밀크씨슬

소녀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앞에 두었던 감자를 담은 바구니가 사라졌다.

소녀는 하루 종일 바구니를 찾아 헤맸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

너무너무 분하고, 바구니를 훔쳐간 사람이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빈손으로 집에 돌아온 소녀는 울먹이며 야옹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야옹은 조용히 말했다.

“어쩌면 그 감자들은 네가 가져야 할 것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더 필요한 사람이 가져갔을 수도 있잖아.”

소녀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야옹아, 너는 왜 그렇게 말을 해? 그건 내가 하루 종일 힘들게 주운 감자들이란 말이야!”

야옹은 살짝 고개를 떨구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 감자 바구니를 훔쳐간 사람도 정말 필요했을지 모르잖아.”

소녀는 울먹이며 말했다.

“나도 감자가 필요해. 하루 종일 주운 거라고!”

야옹은 한동안 소녀를 바라보다가 작게 말했다.

“그래도 우리는 그 감자가 없어도 당장 굶지는 않잖아. 어쩌면 훔쳐간 사람은 그럴 수 없었을지도 몰라.”


말이나 못하면... 소녀는 너무 화가 나서 야옹이랑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다른 고양이처럼
말을 못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대로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소녀는 답답한 마음을 안고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감자를 잃어버린 것도 분했지만, 야옹의 말이 훨씬 더 속상했다.

왜 나만 이렇게 손해를 봐야 하는지, 왜 야옹은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 건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내가 하루 종일 주운 건데... 야옹이가 세상에서 제일 미워.’


소녀는 골목을 걷다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저쪽 구석에서 자신보다 훨씬 작고 마른 아이가 감자를 삶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아이는 허름한 옷차림에, 그보다 더 작고 어딘가 아파 보이는 아이에게 감자를 으깨서 먹이고 있었다.
그리고 몇 알은 옆에 있는 다른 작은 아이에게도 건네주었다.

소녀는 한 발짝 더 다가갔다.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의 감자 바구니를 가져간 사람이 이런 아이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걸.

물론 바구니는 보이지 않았고, 감자의 모양도 달라 보였다.
하지만 설령 이 아이들이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해도,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 거란 걸 스스로 알았다.

이 아이들은 너무 어려서 감자를 주우러 다닐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소녀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감자를 나누어 먹는 아이들을 한참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억울하고 화가 났었는데, 그 감정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그때, 야옹이 소녀 옆에 다가와 앉으며 말했다.

“이제 좀 진정이 돼?”

소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궜다.

야옹은 살짝 꼬리를 흔들며 부드럽게 이어 말했다.

“네가 힘들게 모은 감자였다는 거 알아.
하지만 그 감자가 더 좋은 데 쓰였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소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직 얄미운 야옹에게는 화가 덜 풀렸다.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소녀가 말했다.

“네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맞는 말이기도 하고. 근데 너 너무 얄미워.”

야옹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그냥 네가 너무 속상해할까 봐, 조금이라도 마음이 덜 아프길 바랐어.”

소녀는 여전히 토라진 표정이었지만, 야옹의 말에 살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런데 있잖아, 야옹아. 네가 말하면 틀린 말이 없어서 더 화나.”

야옹은 부드럽게 꼬리를 흔들며 말했다.

“그래도 내 말이 도움이 되면 좋겠어. 나는 네 편이니까.”

소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야옹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알아. 네가 내 편이라는 거.”

야옹은 눈을 가늘게 뜨며 행복한 듯 골골 소리를 냈다.

집에 돌아온 소녀는
내일 쓸 감자 바구니를 다시 구해야 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비록 감자는 사라졌지만, 화나고 억울했던 감정은 어느새 감사한 마음으로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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