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통

걱정

by 밀크씨슬

어느 평범한 하루였다.

소녀는 여느 때처럼 감자를 줍고 있었는데,

날이 너무 더웠다.

마침 주인 없는 물통이 보여서
그 물을 전부 다 마셔버렸다.



그리고 한참 뒤에야 물통 주인이 나타나

물을 찾는 것이었다.

죄를 털어놓기에는

물통 주인의 인상이 너무 무서워 보였다.
소녀는 차마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아
죄스러운 마음으로 감자를 줍다가 그냥 돌아왔다.



집에 와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 일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야옹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야옹이 말했다.

“이미 그 물은 다 마셔버렸다는 거지?”

“응... 그리고 말할 기회는 충분히 있었는데
무서워서 말하지 못하고 집에 왔어.”

야옹은 살짝 꼬리를 흔들며 말했다.

“그럼 이제부터는 뻔뻔해져도 돼.”

소녀는 어안이 벙벙했다.

“야옹아? 내가 잘못하긴 했지만
그건 너무 나쁜 생각 아니야?”



야옹은 싱긋 웃으며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해.
그리고 너처럼 착한 아이는
자기 실수를 더 크게 느끼는 법이지.
물통을 아무 데나 두고 간 그 아저씨도
조금은 책임이 있을거야.

이걸로 밤새 고민하고 죄책감만 느끼느니
차라리 조금 뻔뻔해지는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어.”



소녀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편치가 않은걸...”

야옹은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럼 내일 일하다가 쉬는 시간에
그 아저씨한테 물을 몇통 챙겨가서
사과해보는 게 어때?”

“근데... 그 아저씨를 내일 못 만나면 어떻게 해?
처음 본 사람이라 하루만 일하러 왔을지도 모르잖아.”



야옹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말했다.

“그럼 정말 뻔뻔해져야지.
하지만 아닐 수도 있잖아?
내일이든 언젠가든 만나기만 하면
언제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야.

이런 걱정은 잡초와 같아서 생각해봐야
시간이 갈수록 점점 자라기만 하지,
도움은 되지 않아.”



소녀는 야옹의 말을 듣고
조금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일을 위해 물통 세 개를 챙겨 두었지만,

아저씨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물통까지 준비해 놓으니
이상하게도 그 복잡한 걱정이
슬금슬금 사라져 버렸다.



소녀는 스스로 피식 웃었다.

“그래, 내일이 오면 그때 다시 생각해도 늦지 않겠지.”

야옹은 조용히 다가와 소녀의 무릎에 살포시 누웠다.

야옹의 부드러운 숨결이

소녀의 곁을 조용히 지켜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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