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축복

by 밀크씨슬

소녀는 비오는 날을 좋아했다.



젖은 땅에서 나는 흙내음.

장화를 신고 첨벙거리며 물웅덩이를 건너는 느낌.

그리고 그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의 동그란 파문의 모양.

비가 내리면 거리는 한적해지고,

그 한적한 거리를 평온한 마음으로 언제까지나 바라보는 것.

그 평온한 마음이 좋았다.



집에 돌아와 담요를 덮고 누우면,

창문너머로 들려오는 나지막한 빗소리가 귓가를 적셔왔다.

그럴 때마다, 메말랐던 마음은 촉촉해지고

갓 삶은 감자처럼 포슬포슬해졌다.

그리고 저 멀리 울어대는 개구리들은

소녀와 같은 마음일거라 생각했다.



비록 다른 사람들은 비를 불편해하고 귀찮아했지만,
소녀는 그 안에서
자신만의 기쁨을 찾았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잠깐이라도 꼭 밖에 나갔다.
그리고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속을
혼자 천천히 걸었다.

풍경도, 냄새도,

젖어드는 촉감까지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마음에 담아서 돌아왔다.


소녀비.png


누군가는 꺼리는 것도 누군가에겐 귀한 선물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선물은 자기 마음에 귀기울이는 사람만이 알아볼 수 있다.

소녀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꺼려하는 것도 좋아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기적이야!

난 정말 행운아가 틀림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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