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소중한

by 밀크씨슬

오늘은 운이 안 좋은 날이었다.

아침부터 길에 있던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고,
무릎은 까지고 옷도 엉망이 됐다.

간신히 밭에 도착했지만,
줍던 감자 자루가 찢어지며 감자들이 데굴데굴 굴러가 버렸다.

점심으로 싸온 도시락은
하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떨어져 엎어졌다.

기분이 바닥을 치자,
작은 실수 하나에도 눈물이 핑 돌았다.

집에 돌아와 야옹에게 하루 있었던 일을 털어놓다가,
괜히 짜증이 났다.

야옹에게 퉁명스럽게 굴고는
방으로 들어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잠결에 일어난 소녀는
문득 아까의 일이 떠올랐다.

괜히 화풀이를 한 게 너무 미안했다.



조심스레 야옹에게 다가가 사과하자,
야옹은 조용히 물었다.

“이제 좀 나아졌어?”

“응… 이제 괜찮아.
아까 못되게 굴어서 미안해.”

야옹은 살짝 꼬리를 흔들며 말했다.

“사람은 기분이 전부야.”

“응? 무슨 말이야?”

“아무리 착하고 온화한 사람도
정말 기분이 안 좋을 땐 어쩔 수 없어.

특히 그럴때 가까운 사람한테는 더 못되게 굴게 되지.

가까운 사람일수록 허물없고 솔직하게 대하잖아.

그래서 기분이 안 좋은 상태로도 솔직해지고 마는거야.

단지 그 뿐이야. 누구나 그래.

그리고 못되게 굴었던 너도 여전히 나한텐 소중한 너였어.”



ChatGPT Image 2025년 7월 10일 오후 11_15_25.png



소녀는 야옹을 꼭 안고
펑펑 울었다.

세상에 단 하나라도
진심으로 내 편이 되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로인지, 다시금 마음 깊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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