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을 먹을 때마다 우리는 씨를 골라내느라 여념이 없지만, 정작 그 씨앗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다.
어릴 때 괜히 삼키면 뱃속에서 싹이 난다는 농담에 놀라 씨를 일부러 뱉기도 했고, 나이가 들어서는 먹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당연하다는 듯 버려왔지만, 알고 보면 이 작은 씨앗 하나가 여름철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조력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꽤 흥미롭다.
수박 씨의 효능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수박씨는 생각보다 훨씬 풍부한 영양소를 품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그네슘이 많은데, 말린 수박씨 한 줌(약 28g)만으로도 성인 하루 권장량의 3분의 1을 충당할 수 있어 무더위에 쉽게 지치고 기력이 떨어지기 쉬운 여름철, 체력 회복 간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여기에 단백질 함량도 적지 않아 같은 양에 약 8~10g의 단백질이 들어 있으며, 이는 계란 한 개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운동 후 근육 회복은 물론 다이어트 중 포만감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수분과 땀으로 전해질이 빠져나가기 쉬운 여름에는 나트륨과 칼륨의 균형이 중요한데, 수박씨에는 이 두 가지가 적절하게 함유되어 있어 어지럼증이나 다리에 쥐가 나는 증상 완화에도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이처럼 수박씨는 단순히 에너지를 보충해주는 것을 넘어 장 건강과 피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데,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내 환경을 정돈하고 배변 활동을 도와 변비 완화에 기여하며, 유산균과 함께 섭취할 경우 섬유질이 좋은 균의 먹이가 되어 장내 생태계를 더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수박씨에 들어 있는 아연은 상처 치유와 피지 조절에 효과가 있어 여드름을 완화하고, 비타민 E와 오메가-6 성분은 피부 보습과 각질 예방에 기여하므로, 외부 자극이 많은 여름철 피부 관리에도 유익한 역할을 한다.
수박 씨의 효능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섭취할 땐 생씨보다는 기름 없이 팬에 살짝 볶아 고소한 맛을 더한 뒤 요거트나 오트밀, 샐러드에 곁들여 먹는 방식이 일반적이며, 처음 먹어보는 사람이라면 위장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량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또한 시판 제품 중에는 염분이나 당이 첨가된 경우가 있으므로, 되도록이면 무가염 제품을 선택하고, 하루 섭취량은 한 줌 정도를 넘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모든 과일의 씨앗이 몸에 좋은 건 아니다.
어린이에게 위험한 매실 씨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대표적으로 사과씨, 복숭아씨, 살구씨, 매실씨처럼 씨앗 속에 ‘시안화합물’이라는 독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종류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 성분은 체내에서 시안화수소로 분해될 수 있는데, 장기간 다량 섭취할 경우 두통, 구토, 청색증 같은 중독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매실의 경우 덜 익은 상태에서는 과육에도 시안화합물이 남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익히거나 발효시킨 후 섭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사과씨 몇 알 정도 삼키는 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씨를 매일 갈아 마시는 습관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체구가 작거나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의 경우 특히 더 주의할 것을 권하고 있다.
우리가 무심코 뱉어내던 작은 씨앗 하나에도 실은 계절을 이겨낼 힘이 담겨 있을 수 있다.
먹어도 되는 씨앗은 알고 챙기고, 피해야 할 씨앗은 정확히 기억해 피하는 것만으로도 여름철 건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수박을 다 먹고 난 뒤, 남은 씨앗을 어떻게 할지 망설인다면, 이번만큼은 한 줌을 고소하게 볶아 건강 간식으로 즐겨보자.
당신이 놓치고 있던 여름의 보약은, 어쩌면 그 작고 단단한 씨앗 속에 있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