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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Jan 26. 2022

제주도 갈 때 무슨 책을 들고 갈까?

What's in my bag.

https://brunch.co.kr/@009e6b1ce84c4ca/43




  제주도 가는 짐을 챙기며 "무슨 책을 들고갈까?" 행복한 고민을 한다. 그래서 오늘은 셀럽들만 한다는 'What's in my bag.' 을 해볼까 한다. (내 가방에 뭐가 들어 있는지 궁금한 사람이 없으면 어쩌지?)




1. 《향모를 땋으며》- 로빈 윌 키머러

  우리 동네 나룰도서관의 1년 12권 독서 생활 챌린지 <도서관과 함께 읽기> 1월 선정 도서다. 무려 570페이지가 넘는 책이다. 이틀만 더 읽으면 끝난다. 조금 남은 책을 들고 가자니 애매하다. 벼락치기로 오늘 하루 동안 남은 분량을 모두 읽었고 밴드에 올릴 필사까지 마쳤다. 무거운 책은 들고 가기 싫은 마음에 최선을 다했다. 정지선 강사님 지송합니다~.

  작가 로빈 윌 키머러는 미국 원주민인 포타와토미족 출신 식물생태학자다. 식물을 '서있는 사람'이라고 부르며 나의 인간 중심 사고와 언어에 충격을 준 책이다. 오염되고 부서진 것은 땅이 아니라 우리가 땅과 맺고 있던 관계라고 한다. 땅, 자연은 스스로 치유할 힘을 가지고 있으니, 황무지를 슬퍼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을 기다리며 돕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환경 파괴의 책임을 탐욕스러운 자본주의와 기업에게만 돌리며 쉽게 살아온 삶을 돌아보게 된다. 환경을 위해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지구 의 모든 생물을 사랑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하지만! <도서관 함께 읽기>처럼 약간의 강제가 없다면 난 중간에 덮어버리고, 책 가격을 확인하며 '미쳤지 미쳤어~. 이걸 왜 샀어~. 나무야, 미안해'라며 친환경적이지 않은 후회를 할게 뻔하다. 아무튼 이 책은 내 캐리어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소개하고 싶었다.  


2.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나룰도서관의 1년 12권 독서 생활 챌린지 <도서관과 함께 읽기> 2월 선정 도서다. 도서관에서 프로그램 진행 기간 동안 책을 대여해주기도 하지만 밑줄을 그을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 선정 도서는 꼭 구입한다.

  서점에서 만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비닐 포장으로 꽁꽁 싸여있었다. 그 위에 '000 북클럽 선정 도서'라는 스티커가 하나 붙어 있다. 스티커를 붙이려고 비닐 포장을 했나? 나쁜 생각이 드는 포장이었다. 서점에서 목차도, 내용도 확인해 볼 수 없어 서운했다. 집에 와서 비닐 포장을 벗기니 표지 촉감이 좋다. 손으로 쓸어보니 '슥슥' 소리도 좋다. 사람들이 너무 만져 표지에 때 탈까 봐 비닐포장을? 이 책은 제주도에서 개시하려고 한 글자도 읽지 않고 아껴둔다.


3. 《이방인》- 알베르 카뮈

  글쓰기 모임에서 올해부터 필사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편씩 글도 쓰면서, 매일 필사도 한다. 나의 필사 책은 《이방인》이다. 무슨 책으로 정해야 할지 몰라 필사 제안을 했던 *경님의 책을 그냥 따라 했다. '*경님의 안목을 믿어. 또, 안 읽은 책이니 이번 기회에 읽으면서 필사까지 해봐야지.' 했는데, 필사를 하다 보니 읽었던 기억이 스멀스멀. 책을 읽고도 안 읽은 척. 난 이렇게 겸손함이 하늘을 찌르는 사람이다.


4. 《꽃을 묻다》- 나쓰메 소세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외

  《영롱보다 몽롱》이라는 알코올 냄새 폴폴 나는 책을 읽었다. 허은실, 백세희, 한은형, 문정희, 이다혜, 황인숙, 나희덕, 신미나, 박소란, 이원하, 우다영, 강혜빈. 더 알고 싶은 작가들의 술 이야기다. 그중 한은형 작가의 글 '다자이 오사무처럼 마시기'에서 《꽃을 묻다》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마루야마 같은 인품과 부와 넉넉함이 없다면 다자이처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술을 기꺼이 사 주고 싶은 사람이 되자는 생각. 사 주는 사람의 마음에 경배하며 마실 것. 마음을 잊지 않을 것. 무엇보다 술병을 힘껏 끌어안을 것.  - 영롱보다 몽롱


  술을 기꺼이 사 주고 싶은 사람이 되자는 생각.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도서관 예약을 걸어뒀고 마침 오늘 대출해왔다. 꼬리에 꼬리는 무는 독서가 좋다.

  난 술을 잘 못 마셔서 200ml 작은 캔 하나면 딱 기분이 좋다. 물론 더 마시면 더 좋아지기도 한다. 혼자 또는 가족과 마시는 술, 안주, 술 자리를 좋아한다. 《영롱보다 몽롱》을 읽고,  '술 이야기'도 좋아하게 되었다.

  《꽃을 묻다》도 제주도에서 맥주 한 캔 옆에 놓고 개시할 거다. 안주는 한치 물회가 좋겠다. 한치 물회는 한라산 소주랑 더 어울리지만 난 맥주가 좋다.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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