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에 다시
"네가 요리한다고 해서 선물로 주려고 가져왔어."
누가? 내가? 요리를 한다고? 금시초문이다. 친구가 일하는 항공사의 승무원 앞치마를 선물이라며 내밀었다. 내 브런치 글에 열심히 라이킷을 눌러주는 공천포 천사님. 내가 무슨 요리씩을 한다고 이런 망측한 선물을 다.
요리를 못 하는 사람이 다양한 방식으로 망친 생강 밀크티에 대해 쓴, 2년 전 내 글을 기억하고 앞치마를 챙겨 왔다. 함께 지오디 콘서트를 보러 가는 역사적인 날에.
"친구야, 나 이거 꽉 껴서 못 입을 수 있어. 남편이 보고 토하면 어떡하지? 히히 고마워. 잘 쓸게."
타이트한 앞치마를 앞으로도 오래 입으려면 나는 요리한 음식을 먹어선 아니 될 것이다.
일하랴 아들 둘 육아하랴 바쁜 친구가 시간 내서 글을 읽어주고, 매번 라이킷을 눌러주고, 선물까지 챙겨주는 마음이 참으로 감사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묻는다.
"요즘은 왜 글 안 써?"
마지막 글을 발행한 지 3개월이 지났다.
너무나도 공개된 곳에 모자라고 부끄러운 글을 계속 써야 할까?(일기장에 써.) 쓰는 글은 족족 한결같이 '나 바보'라는 말만 하고 있는 것 같다.(너무 솔직했다.)
어떤 날은 에라 모르겠다 발행을 누르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잔다. 대부분의 날은 클릭을 누를 용기가 나지 않아 이불을 뒤집어쓰고 잔다.
어떤 날은 브런치 앱이 꼴 보기 싫어졌다가, 어떤 날은 전 남자 친구 SNS처럼 스르르 둘러보고. 싫어졌다, 미워졌다, 그리워졌다. 혼자 이별했다 다시 만났다 난리의 시간을 보냈다.
"난 네 글 열심히 읽어. 글 읽다 보면 네 근황도 알 수 있고 좋던데. 브런치 앱도 깔고, 다른 사람들 글도 읽는다. 여러 가지 글 찾아 읽다 보니 재미있더라고."
다정한 응원의 보답으로 선물 받은 앞치마를 두르고 망한 요리 글을 써야 하는데, 요즘은 요리를 대체로 망치지 않는다. 요리를 하지 않는다.
요즘은 글을 대체로 망치지 않는다. 내 글이 부끄럽지 않다. 쓰지 않기 때문에. 망하지 않고 잘 살 수 있는데 친구가 건넨 앞치마 때문에 브런치 앞에 앉아 시동을 건다. 망했다.
하늘색 풍선 가득한 곳에서 지오디 오라버니들도 나에게 이렇게 노래해 줬다.
어서 내게 돌아와
어서 여기 내 곁으로 돌아와
니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야
다시 내게 돌아와
지금 그 남자는 너를 잘 몰라
너를 이해하는 사람은 나뿐야
다들 나를 이렇게 돌아오라 부르니 3개월만에 쪽팔림 무릅쓰고 브런치 창을 열었다. 발행 버튼이 어디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