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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Oct 13. 2021

신에게 아직 행운이 남아 있사옵니까?

경품 당첨 이야기


  경품에 당첨된 적이 있다. 그 시작은 2003년 라디오 사연이었다. 여름 방학 동안 이현우의 음악 앨범 라디오 프로그램에 푹 빠져 살았었다. 개학 후 3학년 친구들 방학 과제 검사를 하는데 평소에 호기심 많고 귀여운 남학생이 아빠랑 산에 드라큘라를 찾으러 갔다 왔다는 일기가 너무 재미있어 사연으로 보냈고 화장품 세트를 받았다. 그것은 나의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 반 학생 이야기인데 내가 허락도 없이 그 이야기로 경제적 이득(?)을 취했으니 저작권 침해. 아무튼 조용히 무덤까지 가져가야 하는데 글로 이렇게 남겼버렸다. 철컥 철컥.






  다음 경품도 현우 오라버니네서 받았다. 키가 작은 나는 학교에서 항상 굽 높은 실내화를 신는다. 높은 굽 덕분에 계단에서 구른 적도 있었지만, 그 굽에서는 도저히 내려올 수가 없었다.(굽이 없으면 학생들 사이에 푹 파묻혀 나의 존재감이 없다.) 퇴근 준비를 하다가 문 앞에서 발이 굽에서 미끄러지면서 '뚝'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뭔가 이대로 그냥 집으로 가서는 안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학교 근처 정형외과까지 가는데 발이 너무 아파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와중에 길에서 학부모님을 만나 상담도 했다. 솔직히 너무 아파서 그때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결국 발등뼈에 금이 갔고 깁스를 해야 했다. 


  그때 살았던 행당역 근처 아파트는 단지 내에도 언덕이 심했다. 출근길에 목발을 짚고 택시를 타러 큰길까지 내리막길을 걸어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 심지어 장마철까지 겹쳤다. 목발 짚고, 우산 쓰고, 빗길에 아파트 단지 언덕을 내려갈 생각을 하니, 심란하고 서럽고 밤에 잠도 오지 않았다. 이 눈물 젖은 사연으로 항아리 고추장을 받았다. 고추장으로 떡볶이 많이 해 먹었다.







  국립국악원의 연수 "우리 음악 이해하기" 후기 작성 이벤트에도 당첨됐다. 대학 신입생 때 사물놀이를 배우고 싶어 동아리방으로 찾아갔다. 동아리방 문을 여는 순간 아 ~ 막걸리와 장구가 콜라보되며 풍기는 묘한 냄새. 딱 한 발자국 들어갔다 다시 조용히 나왔다.


  그때 배우지 못했던 사물놀이가 너무 아쉬웠다. 발령을 받은 후에는 방학마다 '전통타악연구소'에서 주최하는 연수를 쫓아다니며 좋아하는 장구를 실컷 쳤다. 일주일 동안 합숙하며 눈뜨고 장구 치고, 밥 먹고 장구 치고, 또 밥 먹고 장구 치며 배운 적도 있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는 좋아하는 풍물 연수에서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국립국악원의 교사 연수는 학기 중 퇴근시간 이후에 진행된다. 퇴근을 하고 서초동에 있는 국립국악원까지 가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런데도 그 연수는 방탄소년단 콘서트 마냥 신청자가 넘쳐난다. 다행히 선착순은 아니고 전산 추첨이라 신청하는데 여유롭다.


  딸아이가 2학년이 되면서 내가 일주일에 한 번쯤 늦게 퇴근해도 아빠 퇴근 전까지 혼자 그럭저럭 지낼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판단했다. 드디어 때가 왔다. 오랜만에 장구채도 다시 잡았다. 소금 연주와 적성에 잘 맞지는 않지만 탈춤도 배울 수 있었다. 육아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고 너무 좋아하는 장구와 너무 좋아하는 서울 야경을 모두 가질 수 있었다. 9시만 되면 일찍 잠을 자는 습관이 있어 좋아하는 개그콘서트를 기다리는 것도 힘들어했던 나였는데. 연수가 끝나 집에 돌아가면 10시가 넘어도 행복했다.   


   국립국악원 연수가 끝나고 연후 후기 작성 이벤트 안내 문자를 받았다.  연수는 이벤트가 아니라도  후기써야 하겠다는 신념으로 방문을 걸어 닫고 후기를 썼다.  후기가 우수로 당첨되어 Britz 블루투스 스피커를 받았다. 역시 국립국악원에서 준거라 소리가 다르다(?). 서울에는  '국립' 붙은 것들이 많아  좋다. 블루투스 스피커로는 열심히 현우 오라버니의 음악 앨범을 듣고 있다. 현우 오라버니는 언제나  마음속에.



'국립'국악원 연수 후기 작성 이벤트 상품






  어느 날 갑자기 쇼핑몰에서 이벤트에 당첨됐다며 스텐 냄비 세트를 보내온 적도 있다. 이벤트에 응모한 기억은 안 나지만 했었나 보다. 냄비 세트 잘 쓰고 있다. 그리고 오래전에 롯데백화점에서 영수증 이벤트로 축구공 모양 MP3플레이어를 받았었다. ‘그런 영수증 이벤트에서 당첨되는 사람이 있긴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미 쓰던 MP3플레이어가 있어 잘 쓰지는 않았다.






   얼마 전 교직원공제회 도서 증정 행사에 당첨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예스 24 장바구니에 한 달도 넘게 담겨 있었던 바로 그 책, 《공정하다는 착각》이었다. 다른 책을 주문할 때마다 같이 주문할까 말까 고민만 하다 미뤄뒀던 책인데 당첨되었다니 너무 좋다. 이벤트에 응모하고 나서 응모했었다는 것도 잊을 때쯤 오는 당첨 문자는 나를 더 행복하게 해 준다. 읽고 싶었던 책이라 좋고 공짜라 더 좋다.


교직원공제회 이벤트 당첨 도서






  최근에는 서울책보고에 갔다가 "행운엽서티켓 이벤트"가 있어 응모했다. 추첨으로 랜덤박스를 선물로 주는 이벤트였다. 그 랜덤박스 안에는 서울책보고에 전시되었던 2019 세종 도서가 들어있다. 설문을 작성하고 이벤트 엽서를 살짝 구부렸다. 어디선가 그렇게 살짝 구부려 넣으면 당첨이 잘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랬는지 랜덤 도서 증정에 당첨되었다. 빨간색 표지의 《동방의 부름- 십자군 전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라는 책이었다. 음... 꼭 읽어야지. 음... 읽을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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