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장녀로서 버릴래야 버리지 못한 게 하나 있다. 바로 책임감
살아오면서 책임감이란 걸 깨닫게 된 계기는 진짜 의외인 곳에 있었다. 바로 “술”
19살까지 해 지는 시간이 통금이었던 나는 한 번도 어두운 밤에 누군가와 놀아본 적이 없었다. 고작 중고등학교시절 축제준비위원회를 하며 학교에서 밤 10시까지 축제준비하면서 틈나는 시간에 수다 떨어본 게 전부다.
(중학교 시정 친구 고양이가 고양이별로 가서 20시에 집에 돌아온 적이 있었는데, 아빠가 통금시간 늦었다고 혼내서, 엉엉 울었던 기억도 있다..)
20살의 나는 집에서 4시간 이상이 걸리는 곳에 대학을 가게 되었고, 고삐가 풀렸다. 매일매일 술과 함께했다.
새벽까지 술을 먹고 맥모닝으로 해장하던 시절이었는데, 나는 누구에게도 취한 모습을 보이는 게 쉽지 않았다. 같이 먹던 친구들이 하나둘 취하면 집을 데려다 주기 바빴고, 통학하던 친구가 막차가 끊기면 같이 밤을 새 줬다.
2학년에 올라가서도 후배들이 취한 걸 보고 기숙사에 몰래 데랴가 재워주기도 하고, 술이 깰 때까지 산책하거나 기다려주기도 했다.
술을 덜 먹어서 그렇다고? 맞다. 취하려다가도 누군가 취하는 모습이 보이면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다 모두를 보낸 후 혼자 집을 걸어가는 길에 혼자 소리를 질러보기도 하고 길가에 앉아있어보기도 하고 그에게 전화를 걸어보기도 하는, 그런 일반적인 취한 사람이 되곤 했다.
과연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대학시절로 돌아간다면 책임감 하나 없이 놀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