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땐 학급마다 하나씩 네이버 카페를 만들어 운영했었다. 어렸던 나는 닉네임을 하루가 멀다 하고 바꾸곤 했는데 퍼스나콘만큼은 항상 네잎클로버였다. 물론 바뀌기는 했다. 색깔이나 옆에 반짝이의 개수정도? 그만큼 클로버를 좋아라 했었다. 몇 달 전 Y와 나눴던 메신저내용이 함께 떠오른다. 퇴근했냐는 물음에 클로버 찾고 있다고 답하니 정말 좋다며 사람의 한결같음이 주는 편안함을 느꼈다고 말해줬었다. 아홉 살 취향을 스물일곱까지 이어온 것에 대한 어쩌면 보상 같은 순간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겠구나 생각했다.
누군가 내게 ’ 기적이나 운명이 있다고 생각해?‘라는 질문을 하면 항상 그렇다고 답하는 편이다. 어디에선가 그런 것들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찾아온단 말을 본 적이 있어서다. 내겐 네잎클로버도 그랬다. 분명 찾는 사람이 있고 파는 사람도 있는데 나에겐 보이지 않는 작은 풀. 진심으로 찾고 싶었던 나는 클로버밭을 찾을때마다 조금씩이라도 들여다보곤 했다. 그리고 마침내 손에 넣은 날, 클로버는 내게 실재가 되었다. 내 행운을 내가 찾아낸 것 같은 성취감도 함께였다. 이후로는 나도 찾을 수 있다는 걸 알아서였을까 더 챙겨서 찾았던 것 같다. 얼마나 열심히, 오래, 꾸준히 찾았냐면 내 오랜 친구 Y는 같이 쪼그려 앉아 찾아주다가 시간이 지나고서는 내가 멈춰버리기 전에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그곳에서 지나치게 하는 경지에 다다랐다. 가뜩이나 느려서 속 터졌을 텐데 쓰면서 생각하니 참 고생이 많았다!
이 열정은 가끔 나를 채우다 못해 넘쳐 주변까지 물들이곤 한다. 그 예로 내 어린 여동생, 엄마,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그 밖에 Y와 W 같은 가까운 지인들이 있겠다. 나와 꽤 사이가 좋고 길을 함께 걸어봤다면 한 번쯤 풀밭에 정신을 내려둔 채 네잎같은 세잎들과 뒤엉키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같이 헤매다 내가 한 번씩 찾아 눈앞에 대령해 주면 '넌 어떻게 그렇게 잘 찾아?' 하며 감탄해 준다. 이 질문에는 항상 정해진 답이 있다. '찾을 때까지 찾으면 돼!'. 마치 ‘기우제는 비가 올 때까지 하니까 100퍼센트 성공하는 거야!’ 같은 말을 하고서 가지라며 손에 쥐어주면 그야말로 완벽한 엔딩이다. 반응도 대체로 좋다. 어쩌면 나는 그 전해주는 순간이 좋아 더 찾으려 했는 지도 모르겠다.
클로버라해서 다 같은 뜻이 아니다. 클로버에는 달린 잎 개수에 따라 각각의 의미가 담겨있다. 간단하게 몇 가지만 말해보자면 행복의 세잎, 행운의 네잎, 여기에서부턴 생소할지도 모르는데 재물의 다섯잎, 건강과 지위의 여섯잎, 무한한 행복의 일곱잎이 있다. 그리고 나는 일곱잎까지 찾은 이력이 있다. 이건 내 나름의 자랑이 맞다. 일곱잎클로버가 나올 확률은 어마어마하게 낮기 때문이다. 정확한 수치가 없어 따로 기재하진 않겠다. 그 이상인 여덟잎부터는 나도 도전의 영역이다. 강산이 한번 변하고도 남는 시간 동안 틈틈이 찾았는데도 아직도 한참 남았다. 난 오히려 더 좋다. 너무 좋아하는 웹툰이나 애니메이션이 생겼을 때 진도를 천천히 나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처럼 비슷한 마음이다. 이 글을 쓰는 시점으로 무려 63 잎짜리 클로버가 기네스에 등재되어 있다. 나도 언젠가 빽빽한 한줄기를 찾게 되겠지?
’네잎클로버 찾기‘라는 플래시게임이 있다. 제한시간 안에 네잎클로버 7개를 찾는 게임인데 이거 꽤 어렵다. 혹시 실제로 찾아보고 싶다면 이 게임으로 예행연습을 해도 좋을 것 같다. 대신 다른 게 있다면 그 게임에는 화면 안에 무조건 7개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7시간을 찾아도 없을 수 있다는 것. 나였다면 이스터에그처럼 다섯잎이나 여섯잎같이 다른 것들도 하나씩 넣어서 네잎클로버 두 개짜리로 쳐준다거나 하는 기능을 넣었을 것 같지만 이 게임의 개발자들은 나보다 더 낭만적인 사람들인가 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여리게만 보이는 클로버는 생명력이 무척이나 질기다는 반전매력이 있다. 그 덕에 어떤 사람들에겐 그저 잡초로 취급된다. 밟히고 잘려도 살아나는 정말 대단한 친구다. 그 말에 답하듯 내 출근길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책로 옆에서도 크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곳에 처음 제초작업을 했을 때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데 며칠새에 원상복구 되는것를 보고 나서는 괜찮아졌다. 그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제초하시는 분들의 성취감이 걱정되는 단계가 되어버렸다.
(???: 그것은 제 잔상입니다만?)
돌고 돌아 순정이라 했던가, 몇 년 동안을 네 잎이상의 별종들만을 찾아 헤매다 세잎클로버에 마음을 두게 되었다. 실제로 가장 최근에 만든 다이어리 표지 뒤에는 세잎클로버가 끼워져 있다. 어른이 되고 나서 불분명한 운보다 분명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고르자면 운이 좋은 사람보단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그 바람을 담아 가장 고운 세잎클로버를 골라 끼웠다. 이 마음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살아가다 한 번씩,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클로버밭에 앉아 행운을 찾아 헤맨 순간이 생각이 난다. 전국 공모전에서 1등 상을 받았을 때보다 더 자주, 그리고 매번 따듯하고 선명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