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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m Oct 13. 2022

영화 <킬링 디어>

고작 기계적 무위에 붕괴되는 ‘사슴’과 같은 유약한 도덕적 문명의 근본체 ‘이성’


오프닝 부분에 등장하는 웅장한 클래식 음악과 함께 익스트림 클로즈 업 된 상태에서 느린 속도로 줌 아웃 구도를 유지하면서 심장 수술을 진행하는 일련을 시청각적 부조화에서 찾아오는 감각적 충격을 선사합니다. 마틴의 코즈믹 한 분위기와는 결이 같으면서도 본질적으로 차이가 존재하는 인간 문명의 차별화된 세련됨을 상징하는 비가시적 매개체이자, 심장은 준자율적 신경계로 인간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생명유지를 위해 기계처럼 움직여야만 하는 생체기관으로서 상치될 수 있는데, 이 두 가지의 심상적 요소가 관객들은 '성역의 수술 진행'이라고 여겨지는 장면에 걸맞게 극 중 인물에게는 들리지 않는 비소화적 소리로 변환되어 이성이라는 상아탑을 현악기를 사용한 찢어지는 듯한 기괴한 굉음을 동반하여 아나모픽 렌즈를 사용한 BOKEH 기법과 더불어 더치 앵글로 정갈하게 균형 잡힌 프레이밍으로 조성된 연출이 아닌 어딘가 부조화스러운, 불완전한 화면 구도로 시종일관 불안감과 소름 끼치는 긴장감을 조성하여 시청각화합니다.



준자율적 요소, 즉 인간의 자유의지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비실현적 매개체인 신체를 계산하고, 예측하고 단어로서 해명할 수 있는 실질적 지배의 단계에 놓여있는 의사라는 메시아적 지위에 놓인 스티븐은 그의 가족을 신이라고 불리는 그의 자의적 제도에 따라 활동을 하도록 시키고 그가 병원의 복도에서 행하는 모든 움직임은 하이 앵글 구도로 무미건조한 백 트래킹을 통해 절대적 군주자가 횡단하는 모세의 기적처럼 단독적인 성역의 구간으로 묘사하고 인간계의 절대권력을 반언어적 방식으로 표현함으로써 임장감을 조성합니다.


주인공의 아들은 철저히 억압과 제도라는 음중한 분위기가 안개처럼 도사리고 있는 우물 안의 개구리와 같은 세계의 축소판에서 개인의 의사를 고집하고 어느 정도 반항적인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는 답변을 하면서 집 안의 우주적 창조자 격인 스티븐의 말을 선택적으로 듣는 경향을 보이고, 딸 역시 불현듯이 자취를 드러내는 범우주적 자연의 축소판인 마틴에게 경외감이 깃든 해명 불가능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며 처음 대면하는 순간에 마틴과 단 둘이 울창한 나무가 풍경을 채우는 거리를 걸으며 우뚝 솟은 나무의 한가운데에 서서 줌 아웃을 동반한 클로즈 업-와이드  샷으로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와이드 풀 샷 구도로 Ellie Goulding의 Burn이라는 노래를 열창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는 죽음-재생을 무위적으로 반복하는 자연에 귀속된 여러 유기체, 생명체들은 '백지'처럼 순수성을 선험적으로 지닌 존재들로서 저마다 세상을 바꾸는 빛이 된다는 희망적인 착각을 합니다. '마틴'이라는 초자연적 존재는 이를 아름답다고 언급하지만 그 반응은 추하던 아름답던 그저 지나 갈대로 흘러가는 무수히 많은 생명체들 중 일부분을 차지하는 개체일 뿐,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다는 것, 즉 노자의 자연관과 상통함을 무미건조하게 표현합니다. 이는 스티븐의 초대자리에서 스파게티를 먹을 때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마틴은 먹는 방법을 본인만 아는 줄 알았다는 말을 통해 스파게티라는 음식을 포크라는 자연재해와 같은 불가항력과 동급 시 되는 힘을 이용해 태풍의 눈을 연상케 하는 돌돌 말린 스파게티 면이라는 힘에 굴종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 동시에 상징하여 엄마인 안나처럼 경외감을 가지는 존재를 향해 구애를 할 때마다 감춰진 은밀함을 어필하는 관능미를 의미하는 속옷만을 입은 채로 그녀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시체처럼 부동의 자세를 유지하여 유혹하는 때 묻지 않은 순수성이 어긋난 생존 전략을 모방하여 인지적 오류를 범하는데 여기서 드러나는 우주적 이성의 상아탑과 이성의 상아탑 뒤에 감춰진 자의적 지배의 욕구가 베일에 쌓여 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함축함으로써 마틴과 스티븐의 본질적인 차이점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마틴은 스티븐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행한 의료사고를 우연의 의한 불가피한 결과라고 회피하는 이러한 오만한 모습을 보며 등가 교환이라는 자연적 이치를 빌미로 아버지의 목숨과 스티븐의 가족 구성원 중의 한 명의 목숨을 등가 교환하는 저주를 내리고, 그의 자식들을 사지마비-거식증-안구출혈-죽음의 순서대로 원인불명의 증후군으로 고통받은 후 탈생하도록 예언합니다. 사지마비는 스티븐에 의해 철저히 구속받던 자식들의 비가시적 모습을 시각화하여 제 아무리 사지가 멀쩡해도 구속받고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삶은 하체가 마비된 것과 다를 것 없다는 것을 해명 불가한 현상을 목도한 스티븐이 밥을 들어 올려 내동댕이치는 모습, 세상의 빛이 돼주는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합창단에서 다리 감각의 마비로 균형이 깨지는 일련을 연속적으로 배치하여 단순한 사지마비라는 현상은 스티븐이라는 오만함으로 점철된 이성의 상아탑이 붕괴되고 있음을 임장감을 향상하는 합창의 몽타주로 효과적으로 시사합니다.


이런 현상 후 밥은 알 수 없는 공포감에 굴종하며 밥은 스스로가 머리를 단정히 자르는 모습을 하게 됩니다. 그와 반대로 킴은 복종적이었던 면모를 뒤로 한 채 마비된 다리를 이끌고 처연하게 밖으로 나가 자유를 쟁취하려는 주도적인 모습으로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을 연출합니다.


그런 재앙이 정말 자연재해와 같이 모든 정적인 시스템과 상태를 완전히 바꿔놓는 전복적인 현상을 목도하는 것입니다. 그 후 스티븐은 서서히 이성보다는 감정적으로 대응하며 밥이 좋아하는 도넛을 억지로 먹이려 하지만 밥은 전부 뱉어내며 자율성과 준자율성이 혼합된 상태로 거부하기 시작합니다. 권력으로부터 파생되는 불안과 통제는 전부 신체의 긴장으로부터 형성되는 감정이기에 자유를 향한 열망이 좋아하는 음식을 배불리 먹을 생존본능을 압도하고 음식이라는 방해물을 신체에서부터 거부함에 따라 베일이 벗겨지자 그를 향한 순수한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도록 합니다.


그다음 안구출혈로 억압과 통제로부터 온 거짓된 세상을 창조한 안정적인 생활패턴은 가감 없이 무너지고 맙니다. 이윽고 감정이 이성을 지배한 스티븐은 마틴을 납치한 후 고문을 하며 어서 악몽을 끝내 달라고 협박하는 전위적 태도를 보이며 감정이 수반되는 정제된 이성이 거역할 수 없는 무위와 맞서려는 모습을 시각화하여 보여줍니다. 하지만 마틴은 어떤 고통스러움을 표현하지 않고 온갖 경고와 태연한 모습으로 물리적 위협을 가하는 그의 팔을 물어뜯어 상해를 입히고 자신의 팔도 물어 살을 뜯어내어 기존에 그가 강조했던 제로섬 게임, 즉 등가교환이라는 이치를 내걸며 이성의 상아탑이 낳은 마틴 아버지의 의료사고라는 참혹한 결과는 결국에는 시스템의 특이점에 도달하도록 극한까지 치닫는다는 자연의 섭리를 처절히 선보인다. 이런 재앙에 안나는 마틴이라는 군주의 상처로 얼룩진 발에 키스하며 그녀의 은근한 반항적 면모를 완전히 꺾어버리며 우주적 힘에 대한 이성의 굴복을 은유합니다.


죽음이라는 4단계에서 가족을 포박하고 제자리에서 회전 후 무작위로 엽총을 난사하는 이성과는 철저히 반하는 새로운 운명을 그저 맞기는 면모에서 인간이 조절할 수 있는 계산적인 이성의 정점에 도달한 권력을 상징하는 꾸며진 신을 상징하는 스티븐은 범접 불가한 기이한 현상으로 인해 불안감을 동반한 운명을 예측을 통한 안정화, 평순화를 위한 계획이 아닌 건설자로서의 책임을 모두 회피한 우연에 기반한 운명론적 세계관에 따라 아가페적 사랑이 동반된 인류애적 보살핌의 표면적 산물인 '가정'을 제자리에서 돈 후 쏘는 우연적 운명의 비극을 핸드헬드 기법으로 시연합니다.


이성이라는 인류의 고귀하고 성역의 유산으로부터 중요시 여겨지는 가치인 안정, 평화로부터 파생되는 억압과 복종이라는 부작용은 상-하관계로 상치되는 '부모'에게서부터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순수성이 이성이라는 본능과 욕망을 통제하고 터부시 여겨지는 꾸며진 고귀함이 어떻게 물들어가는지와 더불어 가정 안에 형성된 그들의 미시적인 세계는 파괴될 수밖에 없다는 예정 조화라는 조화적인 질서를 형성하는 것을 내포하고, 이성이 거역할 수 없는 힘에 잠시 무릎을 꿇었다면 사후 유토피아와는 확연히 대조되는 낭떠러지와 같은 참혹한 말로를 맞지 않을 것이라는 운명을 선택할 수 있었다는 점 역시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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