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오 아르젠토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은 이탈리아 영화 역사에 '지알로 장르'라는 한 획을 그은 명감독 중 한 분으로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널리 알려졌습니다.
지알로 장르는 주로 화면의 전반적인 콘트라스트(명암대비)나 색조 설정값을 상당히 높여 현실적인 광채 효과보다는 만화와 같이 조금은 과장된 표현주의의 묘사법을 차용하여 주인공과 여러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불안감을 조성하여 고스란히 관객에게 상황에 대하 불쾌감을 제공하며, 범죄 장르로 다뤄지는 이유로 명확한 선악구도의 이분법적 대립은 실제로는 인물들의 주변에 존재하고 있지만, 사건이라는 존재를 노출할 확장된 매개체가 형성되지 않는 한 관객이나 등장인물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가변적인 존재와 함께 정의 내려지는데, 살인마나 비가시적인 초자연적 존재를 One-Person Point Of View (1인칭 시점) 기법을 존재의 유무를 등장인물들이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초중반부에 주로 이용하여 음산한 기운을 풍기며 엄습해오는 점진적 은밀성을 발산하는 새벽녘 안개 끼고 축축한 실내의 적막함과 같은 오직 감각적인 부분의 자극을 말미암아 선사함과 동시에, 근현대 영화에서 본격적으로 차용되는 인지적 몽타주 기법이라는 비선형적 편집 기법을 활용하여 악의 존재와 선의 존재의 관점과 시점을 다른 장소에서 동시간에 발생하는 시퀀스를 형성하는 교차편집으로 논리적 인과관계를 시청과 동시에 정리하는 관객에게 혼란을 주어 인지적 충격을 가함으로써 이분된 극 중 존재들의 물리적 접촉의 파생물에 의해 생성된 산물(그 존재들과 맞닥뜨렸을 때의 상황)에 멍하니 몰입하게 하여 영화의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분장과 '악'이라는 존재를 은닉하여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보다는 대놓고 드러내는 시각적인 공포감을 선사했다면, 지알로 호러 영화들은 오컬트와 예상 불가능한 사이코패스 살인마나 특정 서사가 있는 악인을 주로 악역으로 설정하여 불가지 하면서 불가역적인 힘에 맞서지만 범접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끝끝내 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인물들을 묘사하고, 초자연적인 존재처럼 실재의 형상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살인마라는 예상 불가능한 감정적 에너지를 지니고 있는 이에게 대항할 힘이 없는 유약한 인간이라는 동물의 존재를 서사에 내재된 다양한 해석 가능성이라는 추상적인 힘보다는 가시적인 음향과 카메라 구도와 편집 기법과 같은 기교로 철저히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방향으로 여실히 드러냅니다.
이후, 2012년에는 드라큘라 3D를 2022년에는 SHUDDER라는 콘텐츠 플랫폼에서 스트리밍하고 있는 <다크 글래스>를 연출하며 호러 거장으로서의 필모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지만 지알로 장르 특성상 오직 미장센에만 몰두한 나머지 영화적 서사로서 용인될 수 있는 개연성이 허술하고, 똑같은 패턴의 반복으로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포텐이 십분 발휘되지 않고 푹 식어버려 신명 나게 관객의 고막과 눈을 건드리던 정신없는 긴 러닝타임이 살짝 허무하게 느껴질 수 있는, 뒷심이 살짝 아쉬운 영화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런 최신작에서까지 그런 강박적 관습을 버리지 않아 상대적으로 호러 팬들에게서도 극성 마니아층을 제외한 나머지의 대중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드라큘라 3D
개봉 연월 : 2013년 10월 4일 (제한상영)
2014년 1월 28일 (스트리밍)
감독 : 다리오 아르젠토
수익 : 422만 4103원 (3100달러)
러닝타임 : 106분
다크 글래시즈
개봉 연월: 2022년 10월 13일(스트리밍)
러닝타임 : 90분
국가: 이탈리아
이제 추천해드리고 싶은 영화 3편과 연출 특징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서스페리아 1977
이 영화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2018년에 리메이크를 하여 화제가 되었었는데, 그 영화의 원조격인 영화이자 이 작품을 계기로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이 지알로 장르라는 호러 영화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호러 영화 팬들에게는 정말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시종일관 혼란스럽게 울려 퍼지는 사운드트랙과 더불어 불쾌하고 관음적인 시선을 제공하는 1인칭 시점의 bird's eye shot이나 3인칭 전지적 시점의 하이 앵글을 통한 와이드 샷을 통해 비가시적인 존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인물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극단적인 색채의 빨간색과 파란색 조명, 그리고 초록색 조명을 주로 쓰는 미장센으로 묘사하고 거기에다가 온갖 오컬트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빨간색 계열의 패턴으로 점철된 벽지를 통해 강박적일 정도로 시각적 불쾌감에서부터 변환되는 시각적 공포감을 선사합니다. 특히 사운드트랙은 우리나라 전통음악 중 하나인 판소리의 절정 부분을 노래할 때 들리는 애환적 비명소리와 꽹과리처럼 날이 선, 주파수의 진폭이 낮고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음색으로 괴롭힙니다. 이런 탓에 충분히 공포감을 조성하고 제공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특히 비가시적인 존재의 비밀에 점점 다가갈수록 주인공의 주변인들이 마녀들의 저주로 인해서 본인의 개에게 공격당하며 까마귀 떼에게 사지를 뜯기거나, 철장에 온 몸이 긁혀 사지가 찢긴 상태로 죽음을 맞이한다던지, 초반부에 심장이 도려진 상태에서 천장 유리를 뚫고 내려오면서 목이 매달려 죽음을 당하는 텍스트로만 접해도 상당히 자극적이고 끔찍한 형상을 상상케 하는 이러한 엽기적인 죽음 행태를 매개로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투철한 영상 미학관을 피력합니다.
그리고 오컬트 무비의 특성상 초중반까지는 초자연적 존재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다 주인공이 실체의 이면을 접하게 되는 순간 이전에는 온갖 초자연적인 기이한 사건들의 원인자가 나타나고, 이들을 처리하는데에서 오는 영화적인 쾌감 역시 동시에 전달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장르적 한계상 영화의 전체 우주를 조성한만큼 이 가상세계에서 범우주적 존재로서 칭해지던 인자들이 조금만이라도 어설프거나 지나치게 과장된 모습을 하고 있으면 그간 쌓아온 모든 과정들에 허탈함을 전달하고 그런 존재들이 주인공이라는 한계가 분명한 존재에게 당하는 모습은 발달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어우러 사용한 현대 공포물에 익숙해진 관객들이라면 김이 샐 순 있습니다. 하지만 철저히 미장센적 측면에서만 영화를 보고 음미한다면 충분히 괜찮은 작품입니다.
2. 오페라
오컬트 장르 이외에 범죄 스릴러의 영화는 대체적으로 살인을 저지를 표적에게 어떤 결박이나 속박의 장치를 항상 설치하고 서서히 고문한 후 죽임을 당하는 레퍼토리를 띄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 그 방식의 잔혹함과 더불어 전반적인 영화의 대립 구도 역시 쫓고 쫓기는 쥐와 고양이처럼 불가역적인 존재인 살인마로부터 술래잡기를 하며 도망가고 당하는 추격전을 벌이는 것으로 설정되어있고, 범인은 극후 반부 극적 긴장감의 하강의 단계에서 드러나기 이전에 은밀하게 살해 목표들을 향해 걸어가는 철저한 1인칭 시점만을 제공하여 불안감을 공연 장면과 교차편집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끌고 가며, 전체적인 형상은 보여주지 않아 인물과 더불어 관객들조차 정확한 실체를 알지 못하여 쫓기는 입장에서 느끼는 답답함과 절박함을 동시적으로 이입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중후반 부분에 여주인공이 범인의 정체를 알아채기 위해 까마귀 떼를 푸는데, 이 부분에서 Bird's eye shot을 사용하여 1인칭 시점으로 변환하여 편집점이 없는 롱테이크로 이어가는데, 이러한 연출적 기교가 마치 범인의 구체적인 형상을 1분이라도 빨리 파악하고 싶은 관객과 주인공의 심정을 대변하여 마치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일일이 살피는 관점에서도 바라볼 수 있어 관점의 변주를 효과적으로 사용합니다.
또,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연출 특성 중 살해당하는 장면을 풀 샷으로 보여주는 방법보다는 훼손되는 신체 부분을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잡아 촬영하고 이를 피해자의 아우성과 몸부림치는 cut on action 편집 흐름 중간에 인서트 샷으로서 등장함으로써 시각적인 잔혹성을 일시적으로 폭발적으로 상향시킵니다. 물론 그때 당시의 분장의 퀄리티는 떨어지는 수준이라서 몰입이 깨질 수 있지만, 시대를 감안하면 나름 고심의 흔적이 보여 충분히 용인하고 넘어갈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야기 서사는 나름 참신한 시도를 하였는데, 살인마의 잔혹한 행각과 오페라 가수로서의 성장담을 섞은 내용으로 관객들에게 보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질적인 요소이지만 부조화 속의 조화를 연출적인 기교를 통해 연계시키는 감독의 대담함에 감탄을 한 부분입니다. 이런 장르에서 마냥 어두운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비치는 비극적인 결말보다는 이와 대조되는 밝은 빛의 분위기를 유지하여 오페라 가수로서 겪는 대중에 대한 압도감과 공포감이라는 비가시적인 극복의 대상을 오페라 가수로서 활동하는 무대와 심상적으로 엮으면서 마침내 이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하나의 순수한 영혼으로 표현하여 이질감에서 찾아오는 정겨움을 살려냅니다.
3. 딥 레드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영화는 가면 갈수록 그가 만들어낸 정형화된 패턴 위주로 주제와 인물, 그리고 살인행각을 바꿔가며 제작하는데, 이번에는 살해당하는 인물들에게 암시를 하는 장치를 설치하여 살인행각을 벌이는 특이한 형태로 설정하고 마찬가지로 이를 수사하는 형사와 살인마 간의 쥐-고양이의 추격전을 연상케 하는 술래잡기를 하는 영화입니다. 전작에는 주인공의 성장을 반전 형태로 등장시켰다면 이번에는 복수극의 탈을 쓴 스릴러 영화로 방향을 설정하여 살인마의 씁쓸한 말로를 형사의 관점에서 보여주는 서사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암시를 나타내는 인지적 몽타주를 강박적으로 인서트로 삽입하여 관객의 불안감을 촉발하는 기교를 택합니다. 일루미나티에서 보이는 눈처럼 생긴 일러스트가 360도 회전하고 살인마의 익스트림 클로즈 업된 눈이 마치 스파크가 이는 것처럼 깜박깜박거리고(진행 시간의 간극을 극도로 짧게 잡은 인서트 샷) 다음 살해가 일어날 현장의 와이드 샷으로 하이 앵글의 구도로 점점 bird's eye shot으로 푸시 아웃되는 설정 샷 (Establishing shot이라고도 불립니다.)의 시퀀스는 감독이 고집하는 기교가 변곡점을 제시하는 것 같아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후반부에 이어지는 범인과의 술래잡기에서는 공허감을 극대화시키는 장소와 오른쪽에서 비치는 Key light와 더불어 조명의 콘트라스트를 극명하게 구분하여 범인이 기습하는 장면을 넓게 형성된 벽에 비친 조명에 그림자 형태로 비추어 공포감을 조성하고, 범인의 암시 형식의 살인예고를 돌아가는 칠판에 행맨의 아이콘을 그려 움직임을 부여하는 시퀀스와 더불어 등장하는 형사 주인공이 옥상에 올라가다가 발견하는 살인마에 의해 부패된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이 교차편집으로 등장하여 영화는 아등바등하는 그들만의 사투를 전지적인 시점에서 제공하여 그러한 행각을 벌이는 살인마의 말로와 주인공과 여주인공의 운명을 대신 암시하는 형식으로 인물들에 대한 운명론적 구조로 설정하여 철저히 관점을 중요시합니다.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은 이야기를 제외한 영화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의인화하는 것을 넘어 마치 살아있는 전지자로서 모든 결과를 다 알고 있는 동화를 쓰는 이의 입장으로 관객들을 대변하여 이끌 수 있도록 하는 설정을 철저하게 중요시하는 감독임을 또 한 번 여실히 증명합니다.
https://collider.com/best-dario-argento-films-ranked-inferno-suspiria/
다리오 아르젠토라는 인물이 호러 영화 역사 상 업적을 남겼기에 호러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 중 한 명으로서 이런 작품도 있다는 것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참고하시고 이런 영화의 존재를 알고 다양한 영화를 접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