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저명한 언론사 중 하나인 The guardian지에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관련하여 각 기자들의 반응과 칸에서의 감독상 수상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을 담아놓은 칼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한 번 번역하여서 더욱 자세한 내용과 개인적인 생각들을 적어보려 합니다.
먼저 링크부터 올려두겠습니다. 참고하시거나 원문으로는 어떤 식으로 되어있는지는 이 곳에서 확인하시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www.theguardian.com/film/2022/oct/11/park-chan-wook-interview-decision-to-leave
When it premiered at Cannes this year, Decision to Leave brought Park an award for best director; it also brought questions about why the film contained neither sex nor violence. “My two protagonists in Decision to Leave are quite bad at being honest with their true emotions,” Park says. “They sometimes restrain themselves from expressing what’s happening inside of them or sometimes say something different, something the opposite of what they actually feel.” And so the audience will have to watch and savour “all the small nuances and the small changes happening to their faces and their gestures”.
올해 처음으로 칸 영화제에서 상영되었을 떄, 박찬욱 감독님은 헤어질 결심이라는 작품으로 감독상을 수상하셨습니다; 동시에 영화는 어떤 이유로 남녀간의 성관계나 폭력성을 드러내는 연출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궁금증 역시 자아낸다. "제 영화의 두 명의 주인공들은 진솔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거북해합니다"라고 박찬욱 감독님이 말씀하셨다. "그들은 때때로 그들 내면에 어떤 감정이 발현되고 있는지, 혹은 실제 마음과는 다른 것이나, 그들이 느끼는 감정과는 상반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러하여 관객은 볼 수 밖에 없고 빠져들게 됩니다. 모든 비스무리한 뉘앙스나 미미한 변화가 그들의 얼굴이나 비언어적 제스쳐에서 드러납니다.
헤어질 결심에서는 남녀 간에 형성된 서로를 알고자하는 일종의 심리게임 속에서 인간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알아채고 이를 이용하여 상대를 본인에게 빠지게 하고 영향을 미치고 싶게 하는 욕망을 굉장히 애매모호한 방법으로 묘사하지만, 이는 실제로 현실세계의 남녀들도 똑같이 적용되는 부분이기에 관객들이 모호함의 장벽을 넘어서면 마치 박해일 배우가 연기했던 해준이라는 인물이 파도가 지속적으로 이는 바다에 서있는 것처럼 덩그러니 알듯 말듯한 자가당착의 한복판에 서있는 감정적 경험을 하도록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감독님의 섬세한 연출력이 다시 한 번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The biggest objective for me and my co-writer [Jeong Seo-kyeong] was to really go beyond that stereotype of film noir women,” he says of Seo-rae, who is neither a blameless Madonna nor a femme fatale. The film adopts some genre tropes and then plays with them. We see Hae-jun staking out Seo-rae’s apartment at night, noting her penchant for eating ice-cream for dinner; the voyeuristic man observing his alluring, unknowing target from a distance. Then Seo-rae starts watching him back, sparking a game of intrigue.
"저와 공동 작가(정서경님)의 가장 주요한 목표는 누아르 영화의 여성상의 틀에 박힌 표본에서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라고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마돈나(청렴한 여성)이자 매혹적인 여성도 아닌 서래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습니다. 영화는 장르에서 통용되는 요소들을 차용하고 이 인물들에 녹여내어 보여줍니다. 저희는 해준이 밤중에 서래의 아파트까지 스토킹을 하고 아이스크림을 저녁으로 먹는 그녀의 일상을 확인하는 해준을 마주합니다; 그녀를 관음하는 해준은 그의 매혹적이고 속마음을 도통 알 수 없는 목표를 저 멀리서 관찰합니다. 그러자 서래는 그런 해준을 지켜보며 선을 넘는 게임을 시작합니다.
박찬욱 감독님은 평소 복수와 인간간의 외설적인 이야기를 통해 추의 본질을 깊이 관철하는 인간이 마주하기 꺼려하는 본능적인 부분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주제를 다루기로 정평이 나있다.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그의 영화에서 주요 묘출되었던 외설성이 짙은 요소들과 설정들의 직접적인 속성을 배제하고 알듯 말듯한 은밀한 내면을 은근히 비춤으로서 관음자적인 욕망을 드러내어 박찬욱 감독만의 방식대로 연(緣) 대한 고찰을 관객들에게 체험 가능한 양태로 전달하고, 남성에게 당하거나 감정 증폭을 위한 일종의 기능적인 캐릭터로서 소모되었던 여성상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지금껏 영화계에서 다뤄졌던 구시대적인 여성상에 도전장을 내밀며 마치 그의 연출에도 새로운 변화가 한 차례 일었다는 것을 내포합니다.
Park also plays with the idea of failure. The resolution of a mystery does not always bring about the resolution of a conflict, he says. For all the differences between Park’s new film and his 2000s Vengeance trilogy, they all take a genre that usually teases satisfaction of some kind – whether through solving a crime or meting out a long-awaited blow of justice – and then frustrate that deliverance. Discoveries of the truth leave his characters haunted by more questions; revenge does not feel sweet but rather leaves one hollow and pained by guilt.
박찬욱 감독은 실패에 대한 상념과 함께 극을 진행시킵니다. 미스테리함의 해결책은 언제나 갈등의 해결책을 가져다 주진 않는다고 감독님이 말씀하셨다. 그의 신작과 2000년대에 개봉했던 복수 3부작(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 올드보이)간의 차이점에서, 영화들은 주로 어떤 존재의 만족감을 건드리는 장르를 차용합니다 -범죄를 해결하거나 정의의 오랫동안 이어져온 불행을 마주하는 등-그리고 그러한 메세지를 좌절시킵니다. 진실의 규명은 더욱 더 많은 질문에 사로잡힌 캐릭터를 남깁니다; 복수는 끝이 행복하지 않을 뿐더러 죄책감으로 인해 공허하고 고통받는 그 인간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