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도입부에서 도끼를 나무에 투척하며 훈련하는 박력있는 모습으로 시작하면서 기존 프레데터의 속도감 있고, 간결한 편집과 둔탁한 타격감을 자랑하는 특징에 클래식한 서부 장르의 분위기와 아포칼립토같은 자연 경관을 선사하여 프레데터 시리즈의 팬이라면 원하는 '처절함'과 연관된 모든 감각적인 심상을 만족시키는 영화라는 것을 아주 짧고 효율적으로 보여줍니다. 동시에 코만치부족의 사냥방법과 만인의 만인을 위한 경쟁 분위기가 만연해 있는 자연환경의 배경속에 인간관계에 파생된 얽히고 섥힌 복잡한 스토리나 두드러진 반전 없이 오로지 나루라는 주인공의 생존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프레데터라는 두려움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를 넘어서면서 전사로서 성장하는 서사에 온전히 초점을 맞춰 장르적 쾌감을 선사하는 일련의 장면들을 일관성있게 보여줍니다.
도입부에서 강조했던 주조연급의 코만치, 타 부족의 인물들이 타인이나 타생명체가 행하는 생존 방식 (ex 대표적으로 보였던 덫을 놓는 방식, 경계하는 방식 등)을 통한 적응과 더불어 타살되지 않으려는 본능, 생존하여 배고픔과 같은 생리적인 욕구를 해결하려는 본능들을 공통점으로 삼아 능동적인 행동지능을 보이는 강인한 캐릭터성과 혈육, 동족간에 형성된 유대감을 기점으로 공존과 상생의 뉘앙스를 함의한 연출을 최소량의 대사와 극대화된 액션으로 제공합니다.
인간은 이 영화에서 또 다른 제삼자의 역할로서 존재하는 카메라의 관음적인 시점 샷과 하나의 소실점을 기반으로 한 원근법으로 카메라 렌즈의 초점을 연속적으로 달리하는 RACK FOCUS라는 피사계 심도를 활용한 기법으로 마치 나뭇가지나 풀 숲에 숨어있는 누군가에 의해 관찰당하는 존재로서 연출되거나 무언가에 갇혀 있는 상태에서 다른 이들에게 포위당하는 시점을 자주 배치시켜서 이런 기법으로 포식자의 손아귀에 있다는 것을 유사한 이미지의 나열을 교차로 보여주는 매치 컷과 같은 교차편집 기법을 활용합니다. 이와 평행하게 프레데터라는 종족도 오직 시점샷에 맞춰진 관조자의 시선으로 초반에는 범접불가 영역의 존재로서 지구 상의 최상위의 포식자로 묘사되지만 결국 이들도 코만치나 다른 부족처럼 적응과 모방, 시행착오를 거치는 다양한 생명체 중 일부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실제로 영화의 후반부 랑데부씬 전에 등장하는 '프레데터'와 '나루'의 다리에 발생한 상처를 치유하는 장면을 A-roll (주요 샷)과 B-roll(인서트 샷)의 연속적인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면서 신음을 내며 고통스러워하는 씬을 봤을 때 누구하나 월등할 것 없이 처절하게 생존을 향한 포식자-피식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주객전도의 상황 연출은 극한의 사투의 레퍼토리가 시청각적인 분위기를 동원하여 뚝심있게 끝까지 밀고나가는 아포칼립토와 상당히 유사한 지점이 많았던 포텐있는 영화임을 방증하는 구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디언-침입자 메타포
프레이-프레데터, 서로 간에 상극의 성격을 드러내는 단어들에는 다양한 중의적 의미, 역설적 의미들이 상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영화에서 인디언-문명화된 인간이라는 병치되는 메타포는 장르물에서 특히 미지적인 존재를 다루는 작품에 항상 내포되어온 단골 주제입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프레데터-프레이 관계는 표면적으로 코만치 전사들과 그들의 문명을 침범한 사냥꾼으로서의 연결관계 속에서 지구라는 장에서 생존과 본능이라는 동력으로 전진해 나가는 인간과 프레데터 사이의 재회를 묘사하며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생존이라는 일방향적 순리를 넘어선 '독점' 과 '병합'이라는 순리라고 수용될 수 있는 자연상태와는 상충하는 문명을 파괴하는 침탈하고 탐하는 외부세력을 내포하는 이율배반적 관념이 침투하면서 그들이 형성한 자연적, 개연적 공존관계에는 커다란 변화를 파생시킵니다. 즉, 애초에 예고편의 초반에 등장했던 주인공과 곰의 생존을 위한 지구내에 존재하는 포식자-피식자간의 고군분투 장면이 원시 문명(인디언이자 프레이)-프레데터(인디언 세계에 침투한 문명화된 존재이자 프레데터)의 불균형적 대립관계를 통해서 생존(살기 위해 도망치거나 살기 위해 먹이를 잡으러 다니거나)과 본능에 충실한 행동(ex 사냥한 전리품 수집 및 과시)양식의 과정을 보여주며 쫓고 쫓기는 관계를 형성한다면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고유 문명에 침범한 불청객을 사냥하는 '코만치(인디언)'들이 '인디언-외부 침입자'라는 프레이-프레데터 관계를 형성하고 고유 문명인 인디언을 사냥하는 외부 침입자와 같은 존재들이 코만치(인디언 문명)을 침탈하고 파괴하고 그 속에서 공존하는 프레데터의 진보된 문명을 탐하여 공격을 가하는 외부인들이라는 공동의 적을 같이 '사냥'하는 프레이(외부침입세력)-프레데터(코만치, 사냥꾼)로서의 관계로서로간에 동질감을 매개로 그들과 외부 침입자의 관계로 주객이 전복되는 이러한 전위적 관계에서도 제삼자격인 외부 침입자들도 전통적인 메타포에 함축된 생명체의 우월함에 대한 열망을 간접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상징체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프레데터의 양식을 받들며 그들을 정복할 계획이라는 야망을 가지고 전진해나가는 각자의 궁극적 목적지로 숨 가쁘게 나아가는 모습을 담아낼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강인함에 대한 욕구와 인간계 전사들에 대한 존중의 표식
1990년에 개봉한 2편에서 프레데터가 주인공과의 우주선에서의 결투 끝에 기습적인 공격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그 이후로 투명막을 해제하고 등장하는 여러 마리의 프레데터들 중 한 명이 1715라고 적혀있는 화승총을 던져주고 그걸 건네 받은 주인공은 곧이어 출발하기 직전의 우주선을 가까스로 탈출합니다.
이 장면 전에 나왔던 LA 마천루 실내에서 벌어진 프레데터의 집단 참수씬에서 가죽을 전부 벗기고 천장에 매달아 놓는 장면이 외마디 비명과 함께 등장하는 파생적 반응을일궈내는 장면 전환인 오프 스크린(off-screen)기법으로 담겨지는데, 거기서 그들의 사냥능력을 통해 프레데터라는 개체 내에서 형성된 공동체 문화 속에서 본인의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해 일종의 전리품처럼 흔적을 전부 남여놓습니다. 그 뒤로 그 현장을 몰래 잠입한 인물은 투명막에 가려진 프레데터로 인해 척수가 뽑히게 되는데 여기서 일명 사냥꾼은 그걸 사냥의 성공적 흔적으로 가지고 다니며 고층 빌딩위에서 번개와 함께 포효하면서 그것을 받쳐올리는 일련의 시퀀스로 수집 본능과 우월성 과시 본능에 충실한 설정과 동시에 저차원(primitive)적이지만 문명화된 생활양식(localized civil)도 간접적으로 드러냅니다.
이를 통해서 프레데터 2(1990) 후반부에 등장한 화승총이 그들이 과거 사냥에 성공한 전리품으로 과시하기 위해서 소지하고 다닐 것이라고 이번 작 <프레이>와 연관지어 생각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인간과 프레데터라는 마치 불가침의 상관관계를 형성하는 신과 인간의 관계처럼 프레데터에 비해 한없이 나약하게 사냥당하는 죽음이 항시 도사리고 있는 인간이라는 개체가 프레데터라는 우월한 무기와 장비를 보유한 개체에게 죽음을 선사하는 부분 역시 이번 프레이에서도 원시문명 내에 존재하는 초기 인간 개체의 공동체와 프레데터 공동체 사이에서 일촉즉발의 대결을 선사하는데 인간 무리는 상대적으로 약한 화력의 장총을 사용하거나 원시시대라는 특수성을 살린 도끼, 활과 같은 동물적 감각과 육체적 능력을 요구하는 타겟팅(targeting) 공격방식을 활용하고, 2에서 나왔던 다양한 총이나 화염방사기를 개조한 과냉각 분사기라는 신문물로 프레데터와 맞서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대립할 것이라는 추측과 동시에 화승총은 그들의 수집욕구를 통한 우월성 과시와 더불어 그들이 현대화된 인간보다 수많은 시대속에 살아오며 포식자로서 인간들을 마주했던 그들이 인간이라는 상대적으로 나약한 존재들에게 숨겨진 강인함을 내포하여 공생과 협력의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다고 받아들였습니다.
아포칼립토에서도 같은 부족끼리 서로 손짓이나 암묵적인 신호로 서로에게 정보를 제공하면서 여러 경험과 손실을 통해 습득한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여 직접 개조한 무기를 가지고 서로의 적을 상대하는데, 인간종족 역시 이런 공조방식으로 서로를 미끼로 쓰며 빠져나가거나 본인이 자발적으로 미끼가 되어 희생정신을 발휘해가면서 능력이 우월한 무자비한 프레데터와 맞서는 상생전략을 선보입니다('Tit-For-Tat strategy' 라고 일컫어짐). 또한 프레데터 역시 원시시대에 존재한 종이라는 간접적으로 드러난 설정을 통해서 코만치와 다른 부족과 비교했을 때 투명막, 바이오 마스크같은 최첨단 무기와 덫, 방패, 창을 사냥에 총동원해 사용하는 특성에서 엿 볼수 있는 원시문명과 첨단 미래문명이 한데 공존하는 인간이나 짐승과 같은 생명체의 집약체로서도 등치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프레데터를 겉으로는 무자비하고 불가침의 영역인 것인양 묘사되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인간이라는 개체와 거울관계로 배치시키면서 문명화된 개체가 아닌 그냥 동물로서 불완전함을 내포하고 있는 메타포를 차용하여 프레데터 시리즈가 본질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사냥하는 자의 노련함과 사냥당하는 자의 처참한 말로를 보는 재미와 더불어 자연이라는 그저 지나가는 대로 지나가는 무위의 먹이사슬과 같은 순리에 맞게 돌아가는 한편의 서사로서의 재미도 잡은 인문학적이면서도 오락적인 요소를 동시적으로 충족한 영리한 영화였다고 감상 후 생각했습니다.
인상깊었던 순간과 시퀀스
1. 나루와 야생동물의 생존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가지고 프레데터-프레이의 관계로 벌이는 추격장면 다음에 바로 이어지는 프레데터 우주선이 코만치부족의 본고지에 불시착하듯이 착륙하는 장면이 내재적으로 지니고 있는 연결관계 향후 프레데터라고 불리는 외계존재와 주객이 전도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복선의 역할이자 이 영화가 본질적으로 묘사하고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생존과 본능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는 만인의 만인에 의한 경쟁의 전장' 이라는 함축적인 메세지를 먹구름이 잔뜩 낀 듯한 회색빛깔의 하늘로 화면전환을 하여 영화의 메인 타이틀을 보여주면서 장엄하고 만화적인 느낌을 동시에 전달했던 인상적인 시퀀스였습니다. 사실 여기서 기존 원작이 풍기는 핏빛의 풍채가 드러나는 꺼칠꺼칠한 헤비메탈폰트풍의 프레데터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게 왠지 모르는 아기자기하고 둥글둥글한 만화적인 느낌을 가진 아이덴티티를 지닌 디즈니가 추구하는 맛에 맞춰 성인이나 매니아 청소년들이 즐길만한 만화나 실사 애니메이션의 느낌으로 만들었다는 의도를 단편적으로 보여주었던 장면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2. 날개달린 곤충이 무방비 상태로 야생을 활보하며 다닐때 드러나는 프레데터의 투명막을 기점으로 프레데터가 있다는 연출을 통해 투명막이라는 설정이 극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명시해주고 쥐가 그 곤충을 잡아먹는 장면-주변에서 쥐를 잡기 위해 주변에서 도사리고 있는 뱀-그런 뱀이 위협적인 움직임을 감지하자 뱀을 죽이며 투명막이 활성화된 갑옷이 피로 물드는 프레데터의 실제모습을 보여주는 일련의 먹이사슬의 구조를 아크 샷과 롱 테이크, 사실주의적인 그래픽으로 프레데터의 위협적인 존재성을 부여한 인상깊은 연출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장면 외에도 나루가 곰에게 쫓기는 시퀀스에서 곰의 복부를 칼로 들어올려서 폭포처럼 쏟아지는 피로 물든 프레데터의 모습을 어깨넘어로 비추는 햇빛 사이를 통해 로우 앵글로 잡은 모습이 압도적인 위압감을 선사하여 위기감을 고조시키는데 일조한 것 같습니다.
3. 나루가 근접형 공격무기인 도끼를 밧줄을 사용한 투척형으로 개조하여서 도입부 시퀀스와 거의 유사한 훈련장면 뒤에 보여지는 개조한 무기를 십분 활용하여 늪에서 탈출하는 시퀀스가 인상깊었습니다. 단순히 탈출하는 과정에서 재생되는 사운드트랙과 고요한 침묵 속에서 혼자만의 싸움을 하는 고독한 고군분투에서 나오는 서스펜스뿐 아니라 이런 성장과정의 일부가 프레데터라는 존재를 프레이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을 이미지로서 제시하여서 나루가 전사로서 성장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씬으로 연결되기에 인상깊었습니다. 또한 이 무기로 롱 테이크로 이어지는 임팩트 있는 인간개체간의 일대다 형식의 육탄전도 나루가 그때만큼은 프레데터가 된 듯한 면모를 보여주어 일품이었습니다.
4. 중후반부에 등장하는 자욱한 회색 안개 속에서 납치된 나루와 케헤투가 묶여있는 가운데의 나뭇대를 기준으로 타 부족이 프레데터와 싸우는 장면에서 프레데터의 공격모션이 타 시리즈에서 표현되었던 바와는 사뭇 다르게 굉장히 간결하고 민첩하고 딱 떨어지게 묘사되어서 사냥꾼의 여유롭고 압도적인 면모를 보여준 것 같고 코만치가 전사로서 성장해야 할 디딤돌로서도 작용한 것 같아 장르적 재미와 서사적 측면에서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시퀀스였습니다. 그리고 먼지폭풍속에서 먼지들이 투명막에 부딪히며 모습을 드러내는 테이크까지 보며 감독님께서 프레데터의 위엄을 연출하는 데에 공을 상당히 많이 들이신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5. 후반부, 극후반부에 배치된 나루와 프레데터의 랑데부 전투씬에서도 중반부에 등장하는 덫을 통해 프레데터가 인간들을 사냥하는 모습이 보였다면 나루역시 인간을 앞에 두고 적외선 감지기를 따돌리며 덫으로 유인하는 장면과 늪으로 유인하여 나루가 탈취한 바이오 마스크쪽으로 오도록 유인하여 끝내 프레데터와 프레이의 주객이 전도되는 시퀀스에서 마침내 나루가 어엿한 전사로서 성장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던 연출이었습니다.
이때 당시 동시에 스트리밍 됐던 <카터>는 정갈하고 기하학적인 건축물들을 배경에서 펼쳐질 수 있는 최대치의 투박함과 야생적인 인간 대 인간의 앞 뒤 가리지 않는 사투를 선보인다면 프레이는 정갈하지 않고 무의 상태에 가까운 야생이라는 배경에서 정갈하고 앞 뒤 간 보는 것 없이 박력있고 결단력있게 행동하고 계산적인 액션을 선보여서 나루의 도끼와 프레데터의 창과 방패의 육중한 타격감을 증폭시키고 인물들의 민첩함을 통해 작용-반작용의 액션 타격감을 OTT의 고유적 특성인 핸드폰의 스펙으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담으로 트라텐버그 감독님께서 인터뷰에서 언급하셨다시피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를 플레이하시면서 게임의 사운드트랙이 인상깊어 이 음악감독님을 직접 섭외하여 참여시킬 정도면 저 게임이 영화의 분위기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것 같습니다. 특히 게임은 상대적으로 원거리 무기가 발전이 덜 된 시기를 주 배경으로 삼다보니 바이킹들이 대게 활용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상대방을 유인해서 근접거리에서 단 번에 신체에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해결할 수 있는 도끼이고 화살이나 다른 투척형 무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참나무 방패를 방어용으로 썼던 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사냥을 할 때 사용되는 주요 공격도구들이 대부분 도끼이고 여기서 투척형으로 살짝 변조해서 차별화를 두고 조총과 같은 것 보다는 온전히 아날로그적인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뚝심있는 연출방향이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