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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m Oct 27. 2022

영화 <오펀: 천사의 탄생> 스포 포함 리뷰

오펀: 천사의 탄생

개봉일 : 2022년 8월 19일 (스트리밍, 극장 동시 개봉)
2022년 10월 12일 (극장 개봉)

등급: R등급 (북미 - 청소년 관람불가)

15세 관람가 (국내)

러닝타임: 98분

영화에서 주로 다뤄졌던 아이라는 극적 장치는 한 개인의 생존을 위해서 자기 합리화 같은 방어기제를 발휘하여 내재적으로 천착한 위기감을 감추는데에서 파생되는 논리적으로 모순점이 발생하는 사건 속에서 타자를 밟아서라도 모면하려는 탈피 기제를 드러내고 그 흐름에서 피해를 입는 자로서도 치환되어왔으며, 그런 부정적 심상을 공유하는 판에서 피어난 한줄기의 작은 불씨와 같이 꺼지지 않고 악착같이 버티지만 연소될 절벽 바로 앞에 서 있는듯한 찰나의 순간에 놓여있기에 인간이라는 종이 그려놓은 혼돈의 회화를 이어 그릴 수 있지만 언제든 오염되고 찢어질 수 있는 흰 종이의 이미지와 상치되는 쪽으로 묘출되어왔습니다. 하지만 이 세계관에 부유하고 있는 아이라는 존재는 되려 사회적 자아로 둘러싸인 어른들이 야기한 책임회피라는 한편에 은닉해둔 본성적 영역을 표출한 산물로서 대치됩니다. 즉, 보호와 자아형성에 집중적인 에너지를 쏟아야 할 시기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온갖 잡 그림으로 낙서된 캔버스를 모방하여 체득하는 자아 소묘화를 통해 세대의 일그러진 온갖 욕망을 집대성한 혼돈의 상징체로서 대변되어 평범의 영역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유는 없지만 우연을 가장한 운명이라는 필연을 선사합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1편에서 보인 예측 불가능성이 임계점을 벗어난 사이코틱한 어린아이의 기질을 어떻게 해서 가지게 되었는지 에스더로 변장하여 에스더 그 자체가 되는 리나라는 소녀에 대한 그 유래를 나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으로 하여금 사람의 뇌구조와 같은 선천적 요인과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치환되는 후천적 요소들에 한데 혼합된 페르소나라는 개념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봤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임스 팰런이라는 뇌과학자는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의 뇌를 연구하던 중 어느 한 엑스레이에 찍힌 뇌구조 사진을 보고 사이코패스가 지닌 뇌라고 단명하지만 알고 보니 그 뇌구조 사진은 본인의 것이 찍힌 증거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그때부터 사이코패스의 뇌구조를 지니고 태어나도 외부 성장환경과 접촉하는 빈도수가 높은 외재적 요소의 여부에 따라 긍정적으로 발휘되거나 부정적으로 표출되는 쪽으로 갈린다는 이론을 내세운 바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 주변에 개개인의 안위와 지위, 그리고 자아실현이라는 형이상학적인 목표를 위해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호감을 제공할 만한 비언어적 표현, 표정, 그리고 행동양식들을 사회 규범에 맞게 연기하면서 본성적 자아를 은닉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가정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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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아들과 엄마는 에스더로 위장한 리나를 보며 일반인은 상상도 하지 않을 살인이라는 방법을 택하면서 상식선에서 존재하는 인과관계의 생략을 통해 인지적 충격을 전달합니다. 그리고 아버지 몰래 계략을 설계하면서 공모를 하는 모습이 인생사는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이 떠오릅니다. 주변에 흔히 발생하는 비상식적인 일들 역시 대다수가 은밀한 사생활에서부터 비롯된 사건에 대한 감정적 인식과 연계되어 그 찰나의 순간에서 비롯된 뇌의 화학적 작용으로 잠재되어있던 사이코패스적 기질이 내재된 뇌가 미래의 다른 순간들까지 영향이 미치게 된 결과라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대체적으로 굉장히 은밀하게 이루어집니다.

사이코패스라는 예측 불가능한 무위라는 자연적 본질을 지닌 특수한 존재라지만 영화에서도 이런 부부와 아들에 대한 묘사가 교차편집의 형태의 몽타주로 소개되고 넘어갔다면 조금은 관객이 납득하고 넘어갈만한 요소가 충분히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감독은 이를 의도적으로 배제함으로써 그저 우리 주변에 현존하는 존재들 중 하나의 원자로서 이런 사람이 우리의 곁에 도사릴 수 있다는 점으로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사회적 재해처럼 나타나 생계형 공포감을 자아냅니다. 이건 오펀 천사의 비밀에서도 사용했던 메타포로서의 레퍼토리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건 없지만 나름 소름을 유발할만한 유효성이 있는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오로지 이들의 대결에 초점을 맞추어 서사적 구조를 차곡차곡 쌓는 심리싸움의 구도보다는 육탄전을 기반으로 한 가시적인 대립의 연출을 선택하여 관객을 설득시키지 못한 비현실적인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쌓아가며 결국 유아기부터 부모라는 보호막에서 자라지 못한 유약한 존재의 복수와 질투로 점철된 두 번째 자아를 목도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면서 궁금증만을 낳게 됩니다.

1편에서 느꼈던 마냥 어린아이라고만 생각했던 존재의 심리상의 광기 어린 폭주와 실현 가능성에 비견되는 폭력성이 결합된 충격을 이번에도 고스란히 느낄 수는 없었지만 이번 편은 사이코틱한 존재가 에스더뿐만 있는 게 아니라 그녀를 둘러싼 가족에게도 존재한다는 반전을 가미함으로써 선이 부재한 악인과 악인의 대립구도를 이전 작품과 비슷한 색채와 형광 물감과 불온 감을 촉발하는 그림을 이용해 속이고 속이는 그리고 그 꾀에 넘어가는 심리 스릴러를 나름 속도감 있는 전개로 보여줍니다. 이야기 전개 역시 사이코들을 중점적으로 내세우다 보니 일반인의 관점에선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로 점철되어 있어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밖에 없지만 현실성을 정말 따지는 게 아닌 이상 넘기면서 볼 수 있는 정도이기도 하고, 무덤까지 가고야 마는 기본적인 장르적 재미를 제공하기 때문에 한 번쯤은 봐도 충분히 시간이 아깝지는 않을 정도의 영화인 것 같습니다.


좋았던 점


1. 초반부 시퀀스는 밀실 스릴러와 슬래셔 무비에서 차용되는 장르적 재미를 적절히 배합하여 극적 긴장감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에스더라고 불렸던 리나의 본모습을 가장 충격적이고 파격적으로 선보일 수 있었던 방향이었기에 좋았던 것 같습니다.

2. 중반부부터 아들과 엄마가 에스더의 정체를 알고 나서 일반 대중들이 생각할 흐름과는 과장된 흐름으로 흘러감으로써 지나치게 현실적인 방향으로 설정하지는 않음으로써 감독의 연출방향은 우리의 곁에도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을 잠재우고 리얼리즘 대신 만화적 연출과 장르적 재미를 통해서 조금은 멀리 격리된 제삼자의 시점에서 오락적인 쾌감과 불쾌감을 한데 어우르는 스릴러물을 만들어내어 기본적인 ‘관람’의 재미는 선사합니다. ​


3. 후반부 아들과 엄마와의 육탄전은 비현실성을 토대로 형성된 서사이기도 하기에 이를 배제하고 오직 그 미시적인 상황에 직면한 근접샷을 위주로 빠른 템포의 컷 편집과 더불어 형광 물감으로 칠해진 배경과 보랏빛의 적외선 등의 불온감을 촉발하는 미장센의 설치와 더불어 전투에서 승리한 뒤 화재 현장을 유유히 걸어 나오는 로우 앵글로 구도가 잡힌 슬로우모션을 연속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마치 어린아이가 내재한 욕망이 육체를 뚫기 직전에 보이는 해괴망측한 이미지를 내포한 잔혹동화 같은 느낌을 줌과 동시에 집 형상의 미니어처와 실제 규모의 집이 불타 무너지는 장면을 푸쉬 인을 하며 확대되는 클로즈업과 와이드 샷으로 병치시켜 사이코패스 아이를 잠시 사회로부터 보호한 안식처와 같은 곳의 붕괴라는 표현주의적 메타포를 제공하는 감독의 시각적 스토리텔링과 1편과 이어질 시간적 복선 설계가 나름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쉬웠던 점

1. 위에서 언급되었던 바와 같이 비현실성을 토대로 한 서사에 이야기 몰입을 위해 어느 정도의 설득은 배제한 채 후반부터 폭주 기관차처럼 산으로 향하는 전개 방식이 되려 일반 관객들에게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의 연속으로 비추어져 흥미와 관람 이유를 모호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에스더는 단순히 그들로부터의 탈출이 주된 목적이지만 후반부 엄마가 지붕에서 떨어져 죽고 난 후 엄마의 남편 엘렌에게 갑자기 고백을 한다던지 그런 에스더를 거부하는 그를 지붕에서 떨어뜨리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마치 배신을 당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이 광경은 충분히 납득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2. 결정적으로 이 영화는 1편보다 시간적으로 더 선행한 경우를 다루는 작품임에도 에스더의 현저한 외모의 괴리가 존재하여 오히려 몰입이 방해될 수 있다는 점이 존재합니다.

3. 육탄전을 통한 충돌의 쾌감에 집중한 나머지 신체적 조건과 같은 외적요소와 에스더의 목적 그 자체 같은 내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싸움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몰입감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4. 이러한 사이코 vs 사이코의 대립구도처럼 선이 존재하지 않는 관계에서는 전개의 속도를 고려하더라도 반드시  그에 합당하거나 논리적 인과관계라도 성립되는 개인 서사가 존재해야 하지만 이러한 요소를 생략하고 반전 요소라는 명목으로 빌드업을 세세히 하지 않으니 에스더라는 주연의 캐릭터의 일관성도 흐트러지고 결국 뒷마무리도 깨끗하지 않은, 외적으로는 이미 결과가 정해진 상태에서 진행되다 보니 허점들이 쌓여 쌓아 두었던 서사를 붕괴시켜버리는 것이 아쉽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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