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키우는 로즈마리는 온전히 스테이크 용으로 구입한 거였다.
값싼 미국산 부챗살을 사면서 고급진 맛을 보겠다고 로즈마리를 사러 슈퍼에 들렀다. 하지만 시장 통에 로즈마리 파는 곳이 있을까. 로즈마리를 사러 지하철을 타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중 아! 꽃집에 로즈마리를 팔지 않을까 했다.
시장의 한 구석에 있는 꽃집에 가 로즈마리 파시냐고 물으니 길바닥에 화분을 보여주셨다.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래서 로즈마리 화분 하나를 내 집에 들였다. 먼저 구입한 소고기보다 비싸다. 배보다 배꼽이 커졌다.
고기를 굽기 전 잎을 따려고 로즈마리를 살펴봤다. 줄기는 나무처럼 주피가 있고 잎은 들풀을 닮았다. 이파리 부분을 손으로 뜯으면 향긋한 향내가 난다.
그렇게 로즈마리로 소고기도 굽고 올리브 오일, 마늘에 잔뜩 졸여 파스타도 만들었다. 여전히 로즈마리 나무(?)는 무성했다.
그렇게 내 로즈마리는 푸르기만 할 줄 알았는데!
분명 꽃집에선 물만 주면 잘 자란다고 하셨는데!
어느샌가 잎이 점점 갈색으로 변한다. 물을 듬뿍 줘도 줄기만 가만히 설뿐. 이파리는 자꾸 갈색으로 변했다.
왜 그럴까. 로즈마리에 대해 찾아보았더니, 이 녀석 엄청난 외향 식물이다. 바람이 잘 통해야 해서 실내에만 두면 시름시름 앓는다고 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길바닥에서 이 녀석을 처음 만났다. 시장통에서 바람맞고 사람 구경하며 살던 녀석이 내 집에 와 가만히 해만 받고 있으니 시름시름 앓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로즈마리 녀석을 우리 집 거실 창가로 옮겨줬다. 창밖 사람 구경하며 바람 맞으라고. 바람이 불지 않을 땐 선풍기를 옆에다 틀어주고 있다. 겨울에 난방비 아끼려고 물을 끓이고, 여름에 전기세 아끼자고 창문 열고 자는 나인데. 이 녀석은 귀빈마냥 선풍기마저 내어주게 만든다.
백화점까지 가기 귀찮아 집에 들인 녀석인데, 나를 신경 쓰이게 만든다. 아주 귀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녀석에게 선풍기를 틀어주고 있는 나의 모습이, 내가 좋다. 고기를 굽고 파스타를 만들기 위해 녀석의 잎을 따면서, 뭔가 빚진 마음이었나. 아니면 얘도 살아있는 녀석이라 신경 쓰이는 걸까.
뭔지는 모르겠지만 선풍기 바람에 이파리 날리며 숨 쉬고 있는 녀석을 보는 지금이 그냥 뿌듯하다. 나, 로즈마리 한 그루도 사랑하는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