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난 고양이처럼 살기로 결심했다
오늘 아침, 첫 햇살이 창문 너머로 스며들던 순간, 나는 결심했다. 이제부터 고양이처럼 살기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건 너무나도 고단하고, 무엇보다 지나치게 계산적이었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까지, 우리의 삶은 시곗바늘에 맞춰 돌아간다. 나는 그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자유롭고 고요하게, 바람처럼 스며들고 햇살처럼 머물다 떠나는 삶을 원했다.
첫날
고양이처럼 산다는 건 무엇일까? 나는 새벽의 알람을 끄고 이불 속에서 꼼짝하지 않은 채 상상에 잠겼다. 고양이에게 월요일은 없다. 보고서 마감도, 상사의 기침 소리도 없다. 그들에게는 오로지 ‘지금’이 전부일 뿐.
나는 오늘 하루 ‘지금’ 속에 살기로 했다.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몸을 기댄 채 세상의 움직임을 바라봤다. 창밖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가게 앞을 지나가는 행인들의 그림자가 느리게 흔들렸다. 나는 그 순간, 세상이 이토록 섬세하고 조용히 움직인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
그러나 마음은 쉽사리 따라오지 않았다. 미처 읽지 못한 이메일과 꺼두었던 휴대폰이 머릿속에서 나를 계속 찌르고 있었다. 고양이처럼 살기 위해선 먼저 사람의 흔적을 지워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일주일 후
일주일이 흐른 뒤, 나는 조금씩 고양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바쁜 출근길을 재촉하던 나의 발걸음은 이제 집 안의 한구석에서 다른 구석으로 옮겨가는 느린 걸음으로 바뀌었다. 고양이처럼 나는 작은 소리에 민감해졌다. 바람이 창문 틈을 스치고, 냄비 위 물방울이 끓는 소리가 내게 작은 시처럼 들렸다.
하지만 사람의 흔적은 생각보다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친구들의 메시지는 줄어들었고, 상사의 전화는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그 공백 속에서 나는 처음엔 외로움을 느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고양이는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다. 그들은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속해 있다. 나는 그것을 배워가고 있었다.
한 달 후
한 달이 지나자, 나는 더 이상 사람의 시계를 따라가지 않게 되었다. 아침과 밤의 경계는 흐릿해졌고, 시간을 헤아리는 대신 햇살과 바람, 그림자의 흐름에 나를 맡겼다.
어느 날, 나는 바람이 좋아 동네 공원으로 나갔다. 잔디밭 위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니, 하얀 구름이 느릿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아무 의미 없는 움직임 같았지만,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춤이었다.
“고양이는 이런 기분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걸까?”
나는 혼자 중얼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세상 속에서 떠다니는 하나의 작은 존재, 고양이였다.
에필로그
사람들은 종종 내게 묻는다. “대체 뭐 하는 거야?”
나는 그저 웃으며 대답한다. “나는 고양이야.”
그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상관없다. 고양이의 삶은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느끼는 것이다. 순간을 사랑하고, 바람을 즐기고, 자신에게 충실하는 것.
나는 이제야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나는 더 이상 사람의 굴레에 매이지 않는다. 나는 고양이처럼, 순간을 따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