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로의 밤
피에로는 오래된 유랑극단에서 태어났다. 붉은 코와 하얀 분칠은 그의 운명이었다. 무대 위에서 그는 언제나 웃었다. 바보처럼 넘어지고, 엉덩이를 찧고, 헛디디며 관객들을 웃겼다.
하지만 분장을 지운 밤이면, 거울 속에는 전혀 다른 얼굴이 있었다.
피곤한 눈. 깊게 팬 주름. 그리고 지워지지 않는 슬픔.
그 얼굴을 볼 때마다 그는 알 수 없는 불안에 휩싸였다. 마치 자신이 자신이 아닌 것처럼.
그는 매일 밤 거울을 보며 물었다.
“나는 누구지?”
그러나 거울은 언제나 침묵했다.
오늘 밤, 그는 또 다른 무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거리는 축제의 열기로 뜨거웠다. 광장에서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음악이 울려 퍼졌다. 색색의 가면을 쓴 사람들이 춤을 추었고, 허공에는 불꽃이 터졌다.
그러나 피에로는 웃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아주 조용히, 군중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한 남자를 찾고 있었다.
몇 주 전, 피에로는 낯선 편지를 받았다.
편지는 오래된 피에로의 동료, 레온에게서 온 것이었다.
“우리는 모두 같은 가면을 쓰고 있지. 하지만 네가 찾는 진짜 얼굴은 다른 곳에 있어.”
’레온‘
그는 10년 전 사라졌다.
마지막 공연이 끝난 후, 그는 흔적도 없이 극단에서 떠났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어떤 이들은 그가 새로운 도시로 갔다고 했다.
어떤 이들은 그가 강물에 몸을 던졌다고 했다.
어떤 이들은 그가 살해당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죽었든, 살았든, 그와 상관없이 시간은 흘렀다.
피에로는 그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보낸 편지.
편지의 끝에는 주소가 적혀 있었다.
이 도시에 있는 낡은 극장.
그리고 마지막 문장.
“거울을 들여다보면, 네가 누구인지 알게 될 거야.”
피에로는 극장에 들어섰다.
문을 여는 순간, 차가운 공기가 그를 감쌌다.
무대는 먼지로 뒤덮여 있었고, 오래된 커튼은 바람에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무대 위로 걸어갔다.
낡은 나무 바닥이 삐걱이며 그의 발밑에서 숨을 뱉었다.
거기, 무대 한가운데, 거울이 놓여 있었다.
거울은 오래되었지만 깨끗했다. 마치 누군가 계속 닦아온 것처럼.
그는 조심스럽게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숨이 멎었다.
거울 속에서 그를 바라보는 얼굴.
붉은 코도, 하얀 분칠도 없었다.
그 얼굴은 레온이었다.
“오랜만이야.”
거울 속의 얼굴이 말했다.
피에로는 천천히 속삭였다.
“넌 죽었어.”
거울 속의 레온이 미소를 지었다.
“아니, 나는 너야.”
그 순간, 거울이 산산조각났다.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순간 극장 안의 모든 불이 꺼졌다.
어둠.
그리고, 누군가 웃고 있었다.
그 웃음소리는 깊고, 서늘하고, 어딘가 뒤틀려 있었다.
처음에는 조용했다.
그러나 점점 커졌다.
웃음이 벽을 타고 퍼져 나갔다. 어둠 속에서 울려 퍼지는 기괴한 웃음.
피에로는 한 걸음 물러섰다.
그때, 무대 위 조명이 하나 켜졌다.
그 빛 속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레온.
아니, 피에로 자신이었다.
붉은 코, 하얀 분칠, 그리고 눈가에 그려진 눈물.
그러나 그는 자신이 아니었다.
그의 미소는 너무 컸다.
너무 크게 찢어져 있었다.
마치 입술이 아니라, 상처처럼.
“넌 누구지?”
피에로가 속삭였다.
레온이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내가 레온이라면, 넌 누구야?”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어딘가 불길했다.
마치—깊은 우물 속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처럼.
피에로는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벽이 그를 막았다.
레온이 천천히 다가왔다.
“넌 10년 전 나를 죽였지. 기억나?”
피에로의 심장이 서서히 조여왔다.
10년 전.
그는 레온과 함께 술을 마셨다.
그들은 싸웠다.
레온은 광대가 되는 것을 거부했다.
그는 인간으로 살겠다고 했다.
그러나 피에로는 그를 놓아줄 수 없었다.
광대는 웃어야 한다.
영원히.
그래서 그는 레온을 죽였다.
그리고 극장 지하에 묻었다.
그러나 지금, 레온은 살아 있었다.
“이제 내 차례야.”
레온이 피에로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그의 손은 차가웠다.
죽은 사람의 손처럼.
피에로는 발버둥쳤다.
그러나 그의 손끝에서 붉은 코와 하얀 분칠이 벗겨지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었다.
그는 무대에서 사라졌다.
어둠 속에서, 한 광대가 웃고 있었다.
그것은 피에로였을까, 아니면 레온이었을까?
밖에서는 여전히 축제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 이후, 피에로를 본 사람은 없었다.
대신, 축제의 거울 속에서 기괴하게 웃고 있는 광대를 봤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광대는 피에로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눈빛만은 전혀 달랐다.
마치,
다른 사람의 영혼이 씌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