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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

by 박요한

길리는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는 달랐다. 그녀의 피부는 투명할 만큼 창백했고, 심장이 두 번 뛰는 사이에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를 “푸른 달 증후군”이라 불렀다. 희귀한 병이었지만, 길리는 그것이 단순한 병이 아니라 그녀의 존재를 정의하는 무엇임을 느꼈다.


그녀가 열여섯 살이 되던 해, 의사들은 길리의 심장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은 오열했고, 길리는 삶의 끝을 바라보며 고독한 밤을 보냈다. 하지만 그날 밤, 침대 머리맡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파란 구슬을 발견했을 때,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자신의 운명을 바꿀 열쇠임을 직감했다.

구슬에서 나오는 빛은 그녀를 부드럽게 감싸며 속삭였다.

“길리, 네 운명은 이곳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야.”

그 속삭임은 평온했지만, 동시에 경고처럼 들렸다. 길리는 구슬을 손에 들었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그 구슬은 묘한 위화감을 불러일으켰다. 구슬의 빛은 심장 박동과 함께 고조되었고, 그녀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손을 떨었다.

다음 날, 길리는 구슬을 품에 안고 숲으로 향했다. 숲은 길리에게 위안의 공간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은 비현실적으로 흔들렸고, 공기는 익숙한 냄새에 섞여 기묘하게 달았다. 그녀의 뒤를 누군가가 쫓는 듯한 느낌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숲 깊숙이 들어서자, 길리는 무언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의 잔해가 나타났다. 그것은 불길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늘한 은빛으로 빛나며 그녀를 향해 떨어졌다. 그러나 별의 잔해가 가까워질수록 길리는 심장의 고동이 점점 빨라지고, 숨이 막혀왔다. 순간 그녀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별의 잔해를 손에 잡을 것인가, 아니면 도망칠 것인가?

그녀는 손을 뻗어 별의 잔해를 잡았다. 그 순간, 그녀의 심장은 처음으로 고통 없이 뛰었다. 동시에 주변의 시간과 공간이 흔들리며 찢겨 나갔다. 그녀는 현실이 아닌 새로운 차원으로 빨려 들어갔다.

새로운 세계는 초현실적이었다. 하지만 길리는 곧 깨달았다. 이곳에는 자신의 세계와 달리 끝없는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었다. 그녀가 만난 “푸른 달의 아이들”은 그녀를 반겼지만, 그들의 눈빛 속에는 숨겨진 경계와 의도가 어른거렸다.

칼린, 그들 중 가장 신비로운 남자는 길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의 병은 단순한 약점이 아니야. 그것은 균열이야. 두 세계를 연결하는 문이지.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지 못한다면, 네가 아끼는 모든 것이 무너질 거야.”

칼린의 경고와 함께 주변의 하늘이 갑자기 갈라지기 시작했다. 푸른 빛이 뿜어져 나오는 균열은 점점 커지며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길리는 몸을 움츠리며 물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죠?”

칼린은 눈을 감고 천천히 말했다.

“선택해. 네가 여기에 남아 균열을 닫을 것인지, 아니면 돌아가 모든 것을 포기할 것인지.”

시간의 도서관에서, 길리는 자신의 이야기가 적힌 책의 마지막 장을 펼쳤다. 텅 빈 페이지가 그녀를 비웃는 듯했다. 그녀의 선택이 여기에 적히리라는 것을 알았지만, 선택에는 대가가 따랐다.

별빛이 쏟아져 내리며 그녀의 손에 들어왔고, 그 빛은 뜨겁게 타올랐다. 그녀는 별빛 속에서 두려움과 용기를 동시에 느꼈다. 그 빛이 심장을 뚫고 지나가는 듯한 고통에 숨이 멎을 뻔했지만,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내가 균열을 닫겠어요. 그 대가가 무엇이든지!”

길리가 두 세계의 경계를 넘으며 느꼈던 것은 차가운 빛의 칼날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갈라지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 웃음을 지었다. 이제 그녀는 약한 소녀가 아니라, 두 세상의 구원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알았다. 이 길에는 끝없는 희생과 고독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밤하늘에 새로운 별이 나타났다. 그것은 길리였다. 세상을 위해 빛나지만, 결코 손 닿을 수 없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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