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한 날, 내가 태어났다
잠들고 싶었다.
그저 조용히, 온전히 스며들듯 잠들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세상에 태어난 날, 나는 잠들지 못했다.
하루 종일 기다려온 깊은 잠은 오지 않았고,
오히려 두통은 마음의 천장을 무겁게 내리눌렀다.
아침에 마신 라떼 때문일까.
아니면 생각의 미세한 파편들이
머릿속을 돌아다니며
잠을 밀어낸 탓일까.
두 시간 넘게 침대에 누워,
어둠 속에서 나 자신과 씨름했다.
그 끝에서
나는 천천히 거실로 나왔다.
안마의자에 몸을 맡기고,
수면 유도 음악 중 하나를 골랐다.
피아노 선율 사이로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낯선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 무언가가 무너졌다.
조용히, 그러나 완전히.
서른한 번째 생일,
나는 거실 한가운데서
말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왜 우는지 알 수 없었다.
잠을 못 자서 서러운 건지,
생일날 안마의자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이
낯설고 어색해서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눈물이 오래된 것이었다는 것.
어디선가 묵혀두었던 감정들이
오늘이라는 틈에 밀려 나왔다는 것.
소리 내어 울었다.
닭똥 같은 눈물이,
익숙지 않은 감정의 증명처럼
턱과 목과 가슴을 타고 흘렀다.
모든 게 조금은,
버거웠던 걸지도 모른다.
내가 흘려보낸 시간들이
내가 보냈던 선택들이
언젠가부터 나를 되돌아보며
천천히, 그러나 예리하게 나를 찔렀는지도 모른다.
병원에 가봐야 할까.
그런 생각을 머금고
나는 다시 침실로 향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나는 오늘,
오랜만에
진짜로 울었다.
내일 아침, 이 두통과
수많은 생각들이
새벽에 흘린 눈물에 실려
조금은 가벼워지기를 바란다.
문을 닫는다.
이 조용한 밤,
누군가의 마음이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