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편집

생각의숲 7월15일 일기

by 박요한


나는 생각이 복잡할 때면 찜질방에 간다.

왠지 모르게, 땀을 흘리면 내 안에 엉켜 있는 생각들도 함께 흘러나갈 것 같은 묘한 마음이 든다.

그곳은 늘 뜨겁고 조용하다.

마치 세상의 소음을 문 앞에서 벗어두고 들어서는 작은 사원 같다.


오늘은 소금방에 들어가 얼굴을 수건으로 가리고 눈을 감았다.

하나의 생각에만 집중하기 위해, 의식의 고삐를 단단히 쥐었다.

자꾸만 갈래를 만들어내는 머릿속 숲을 잠시 멈춰 세우고 싶었다.


나는 늘 문제 앞에서 ‘더 깊은 생각’보다는 ‘빠른 행동’으로 반응해 왔다.

언제부턴가 생각의 힘이 줄어든 것 같았다.

말하자면, 생각의 숲에서 길을 잃은 아이 같다고 할까.

익숙했던 길도 낯설고, 나무 사이로 보이던 빛도 오늘은 없다.


결국 오늘, 찜질방에서 답을 찾는 데 실패했다.

땀은 충분히 흘렸지만, 마음속은 여전히 젖어 있었다.

그래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무겁지만은 않았던 건,

어쩌면 그런 시도 자체가 숲의 지도를 조금씩 그려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집에 오니 마침 한일전이 TV에서 흘러나왔다.

냉장고 깊숙이 넣어두었던 캔맥주를 꺼내 잔에 부었다.

캔맥주는 그냥 마시는 것보다 잔에 따라서 마시는 게 백 배는 맛있다.

그 차가운 목넘김이 순간의 무기력과 찜찜함을 털어내는 듯했다.


안마의자에 몸을 기대고 귀로는 축구 중계를 들었다.

희한하게도, 찜질방에서도 집에서도 여전히 본질적인 문제는 풀리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머릿속의 잡생각들은 서서히 사라져갔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생각의 숲에서 빠져나올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밤이지만, 마음 한 켠에선 작은 불빛 하나가 켜진 듯했다.

그건 명확한 답이 아니라,

내가 다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믿음에 가까웠다.


생각의 숲은 여전히 깊고 어두웠지만

조금 전보다 한 발 더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조금 전보다 덜 두려웠다.


지금 이 길 끝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이틀 안에, 아니 언젠가는 분명히

내가 나로서 무사히 걸어 나올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든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여전히

생각의 숲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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