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만나
비가 내린다.
어제의 비인지, 십 년 전의 비인지, 아니면 미래에서 흘러온 비인지 알 수 없다.
유리창 위를 타고 내려오는 물방울 사이로, 그의 옆얼굴이 겹쳐진다.
그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가 오늘, 나를 떠난다는 것을.
한때 우리는 같은 시간을 살았다.
같은 아침 빛에 눈을 떴고, 같은 노을 속을 걸었다.
그러나 시간이란, 두 사람의 발목을 서로 다른 속도로 감싼다.
그의 시계는 나보다 앞서갔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한 발 먼저 미래에 도착했다.
“미래에서 만나.”
그의 입술에서 그 말이 흘러나왔다.
마치 내가 그곳에 늦게 도착하더라도,
그는 오래 기다릴 수 있다는 듯이.
그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랑과 이별 사이엔, 대답이 어울리지 않는 순간이 있다.
대답을 하면, 그 순간이 닫혀버릴까 봐.
그 후로 나는 시간 속에서 길을 잃었다.
강변을 걸으면, 물 위에 부서지는 빛들이 과거와 현재를 섞었다.
가끔은 그와 처음 만난 날의 공기가 스쳤고,
가끔은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의 냄새가 났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 말의 온도를 다시 느꼈다.
미래에서 만나.
그건 차갑지 않았다.
다만, 손끝에 오래 남는 미약한 온기 같았다.
미래가 있다면, 그곳은 어떤 색일까.
그는 여전히 검은 코트를 입고 있을까.
나는 여전히 그가 고르던 초콜릿 케이크를 싫어할까.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까, 아니면 모른 척 스쳐갈까.
하지만,
그의 눈빛 어딘가에서
아주 조용하게 피어오르는 미소를
나는 알아볼 것이다.
그 순간, 시간은 다시 한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우리 미래에서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