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편집

여름

by 박요한

하얀 구름 사이, 파란 점 하나가 뜨면

세상은 잠시 꿈결처럼 멈춘다.


푸르른 바람이 흘러와

나뭇잎의 피부를 스치면

초록의 숨결이 부드럽게 흔들리고

곧 노란 빛으로 번져간다.


빛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얼굴로 다시 태어나

시간의 장막을 천천히 건넌다.


여름은 가을의 그림자에 기대어 눕고

가을은 겨울의 눈 속에 몸을 맡긴다.

그러나 겨울조차도 끝은 아니다.


언젠가, 잿빛 하늘 위로

또 다른 파란 점 하나가 떠올라

우리의 기억 속에 잠든 봄을 흔들어 깨우리라.


모든 계절은 지나가지만

그 환영은 언제나

우리 마음 속에서 살아 숨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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