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악몽을 꿨다. 지독한 악몽이었다.
보통이라면 꿈속에서 불쾌한 장면이 이어지다 어느 순간 툭, 바닥이 꺼지듯 눈이 떠진다. 그러나 요 며칠째 주안은 그 지점을 놓치고 있었다. 꿈은 끝났는데, 깨어나도 여전히 꿈의 연장이었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
방 안의 공기는 오래된 물처럼 탁했고, 숨을 쉬는 순간마다 목구멍에 서늘한 비늘이 걸리는 듯했다. 익숙해야 할 책상, 벽, 창문까지도 미세하게 기울어져 보였다. 어제와 똑같은 풍경인데, 어디선가 비밀리에 바뀌어버린 듯한 불일치.
주안은 천장을 바라본다.
그곳에 맺힌 희미한 얼룩은 형체를 바꿔가며 떠다니는 듯했다. 눈을 감으면 더 선명해졌다. 꿈속에서 누군가 그를 따라오던 발자국, 뒤틀린 얼굴, 알아보지 못한 목소리. 그리고 방 안 어디선가 아직 그 모든 것이 살아 있다는 감각.
“이런 꿈을 꾼 게 몇일째였더라…”
그의 중얼거림은 공기 속에 흡수되어 곧장 사라졌다. 방 안은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조용하지 않은 듯 불길했다. 초침 소리가 한 번 떨어질 때마다, 그의 심장이 두 번씩 덜컥거렸다.
손끝으로 팔을 꼬집자 둔탁한 통증이 일었다. 분명 현실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했다. 통증이야말로 꿈보다 더 불분명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현실이 분명한 만큼, 현실이 아닌 듯했다.
그때, 시선이 머문 벽 한 귀퉁이.
어렴풋한 그림자가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착각 같았다. 그러나 눈을 깜빡일 때마다, 그 어둠은 모양을 달리하며 조금씩 가까워졌다. 무언가 서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단순한 어둠의 농도 같기도 했다.
주안은 숨을 멈췄다.
눈을 감았다 뜨면 사라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다시 떴을 때 그것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아니, 더 또렷해져 있었다.
그 순간, 새벽의 공기마저 한순간 정지한 듯, 무게를 잃고 가라앉았다.
주안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금, 내가 깨어 있는 게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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